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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신앙단상] 나는 만족하나이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6.

[신앙단상] 나는 만족하나이다!

(장일범, 발렌티노, 음악평론가)

가톨릭평화신문 2021.10.03 발행 [1631호]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른 공간은 미술관과 성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미술관에 들어가서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장면을 직접 보면서 감동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도 반복적으로 그림을 보게 됐는데 점점 성경을 담은 작품들의 무게감을 느끼며 성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에서 나온 뒤에 때로는 장엄하고 웅장한 성당에서, 때로는 따뜻하고 엄마 품 같은 작은 성당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유럽의 성당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저는 늘 가톨릭을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으로의 잦은 여행이 저를 자연스럽게 성당으로 이끌었고 초를 켜고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잘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배우자를 만나게 해 주세요”라며 이 노총각은 늘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렇게 유럽에 갈 때에만 성당에 들렸던 저는 2010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클래식과 책의 만남’ 강연을 하다가 강의를 들으러 온 에스텔을 만나서 교제하고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아내는 당연히 성당에서 결혼하고 싶어 했고, 저 역시 성당의 신성함에 언제나 매료되어 있던 터라 성당에서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뜻이 서로 잘 맞았기 때문에 혼인 교육을 받고 서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죠. 신혼 초 아내와 장모님이 주일 아침에 명동대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갈 때, 저는 피곤함에 절어 주중에 쌓인 피로를 푼다며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있다가 미사 참여 후 돌아온 아내와 점심을 먹는 것이 일요일의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이어지던 어느 날 저는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내와 함께 신앙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주일 아침을 잠으로 허비할 것이 아니라 나의 중심으로 삼고, 노년에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어서도 손잡고 성당에 함께 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부부생활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미사는 다양한 시간대에 봉헌되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늦잠을 자는 날에도 주일을 지키는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방송 진행자이자 클래식 콘서트의 해설자로 오랜 기간 살아오다 보니, 신부님·부제님의 강론을 동네 성당에서만이 아니라 옆 동네 성당에도 원정 가서 들어보며, 강론 스타일이 어떻게 다르신지 살펴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TV로 매일 미사를 매번 보면서 한 분 한 분 신부님을 알아가기도 했죠. 기도하기 위해 매일 저녁 미사를 드리러 가서 주님께 안 풀리는 일을 잘 풀리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2021년, 이제 전 천주교인이 된 지 겨우 10년이 된 어린 신자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가톨릭이 제가 걸어온 인생길의 당연한 귀결이며 천주교인인 아내를 주시고 저를 인도하신 하느님께 늘 감사하면서 삽니다. 언제나 제 기도를 들어주시는 주님, 바흐의 칸타타 제목처럼 ‘나는 만족하나이다’(Ich habe genug) 그리고 언제나 만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