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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행사도 가상세계서...메타버스가 뭐길래?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15.

출근도 행사도 가상세계서...메타버스가 뭐길래?

AhnLab 콘텐츠기획팀 l 2021-10-13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던 몇 년 전, 동네 슈퍼 아저씨도 미용실 아줌마도 “오늘은 비트코인이 얼마가 올랐다”를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비트코인이 뭔지 잘 모르지만 돈이 된다고 하니 너도나도 가상화폐를 대화의 주제로 올렸다. 과거 닷컴 버블이 그랬고,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부동산 버블이 딱 그 모양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메타버스 열풍이 그렇다. 메타버스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왠지 모르면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외친다. 과연 메타버스가 뭐길래 이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를 알아보자.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3차원적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일초에 일흔두 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화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이 3차원적 동화상을 한 면당 이 킬로픽셀의 해상도로 나타나게 하면, 시각의 한계 내에서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이 움직이는 3차원 동화상은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9년 전인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 처음 등장하는 메타버스의 대목이다.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소프트웨어 조각들을 통해 표현한 실존하지 않는 그래픽일 뿐, 현실세계와 달리 물리 법칙에 제약받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용어 사전상 의미에서 보면, 메타버스는 가공과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세계가 현실 세계에 흡수된 형태를 메타버스라고 부르고 있다.

 

기업들의 메타버스 열풍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오프라인 행사를 못하다 보니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신입사원 약 200명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입사 교육을 했다. 파주·구미·트윈·마곡 4개 사업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2021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면접을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활용해 진행한다. 면접자들은 메타버스 채용면접장에 입장해 본인 차례가 되면 아바타를 움직여 면접장으로 들어가 화상면접을 보게 된다. 현대모비스도 상반기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했고, 아워홈도 하반기 사무직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메타버스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교육 프로그램 '신한 Solverse 메타금융스토리'를 시행했다. 메타금융스토리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저축의 필요성 △투자 이야기 △투자 게임 △금융 OX퀴즈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재미있게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금융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창립 76주년을 맞아 메타버스에서 디지털ㆍ비대면 형식으로 기념식을 개최했다. 본사 내 주요 공간을 메타버스에 구현해 오프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한 회사에 대한 체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간 접속 후 캐릭터 설정 및 아이템 장착을 하고 자유롭게 회사 곳곳을 누비며 장기근속자 명예의 전당 축하 메시지 남기기, 회사 역사 퀴즈, 방 탈출 게임, 헤리티지 보물찾기 퀘스트 등 다양하게 마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다 적극적으로 창립기념일을 축하했다.

 

 

넥슨도 최근 하반기 인턴 채용에 앞서 메타버스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넥슨은 PC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의 게임 맵과 넥슨 사옥을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구현했다. 구직자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해 넥슨의 인사 담당자나 엔지니어, 사업개발, 게임기획 등 직군별 대표 직원들과 만나 비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궁금증을 해결한다. 넥슨 주요 게임에 관한 아트 전시, 사회공헌 활동, 신작 게임 정보를 보여주고, 사내 카페와 어린이집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공기업 중에서는 서울시설공단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노사 협약식을 열기도 했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상 회의실을 만들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가상공간 회의실엔 아바타 공무원들이 들어와 소통·토론을 하며 회의를 진행하고, 주요 행사도 연다. 공개행사의 경우 시민들도 아바타로 참여할 수 있다. 충남 논산시는 탑정호 출렁다리를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에 구현할 계획이다.

 

 

메타버스를 이용해 사무실을 옮긴 기업도 등장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은 직원 270여명이 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이후 재택근무를 해왔는데 올해 2월부터 클라우드 워킹이라 부르는 원격근무 체제를 도입했다.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 ‘메타폴리스’를 가상공간 본사로 만들었다. 직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로그인해 30층짜리 건물 메타폴리스로 출근한다. 본사를 없애고 메타버스로 사무실을 이전한 건 우리나라에서 직방이 처음이다.

 

메타버스가 3D 게임과 다른 점

 

이처럼 너도나도 메타버스에 열광이지만 메타버스의 정확한 개념을 꿰뚫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갖는다. “메타버스가 3D 게임과 뭐가 다르지?” 외형상 메타버스는 3D 게임과 다를 게 없다. 전문가들은 그 차이를 ‘경제’에 있다고 말한다. 메타버스와 3D 게임의 결정적 차이는 ‘그 안에 경제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플레이어간의 아이템 거래가 있다고 한다면, 게임 제작사가 만든 아이템을 플레이어 간에 거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게임 내 경제의 주도권은 '게임 제작사'에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는 이 주도권이 게임 제작사가 아니라 '메타버스의 플레이어'에게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그저 아이템이나 맵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서로 거래하는 공간을 제공할 뿐 사용자가 제작하는 아이템에 개입하지 않는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나 아이템을 제공해 메타버스 내에서 수입을 올리고 그것을 현실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게임에서는 게임회사의 기획대로 세계관 혹은 설정에 따라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즉 콘텐츠 간의 이동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은 그러한 설정과 한계를 거부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여러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개방형 구조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연스럽게 콘텐츠 간의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높은 사용자 참여도로 여러 사용자들과 함께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보다 명확한 메타버스의 정의를 위해 2006년 미국미래학협회(ASF)는 메타버스의 범위를 이렇게 분류하고 있다. ▶증강현실(AR) ▶라이프 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 네 가지다. 증강현실은 스마트폰 사진 앱이 사용자 얼굴에 가상 선글라스나 모자를 씌워주는 기능, 혹은 빈 공간에 3D 가구를 배치해볼 수 있는 앱 등이 해당한다. 라이프 로깅은 일상 속 경험과 정보를 텍스트, 이미지, 영상으로 기록하고 디지털 공간에 공유하는 행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라이프 로깅에 해당한다. 거울세계는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되 정보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이다. 지구 곳곳의 변화하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글어스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가상세계는 디지털로 현실과 비슷한, 혹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사용자는 그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페토나 로블록스가 이에 해당한다.

 

로욜라마운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연구진은 2013년 메타버스의 조건을 ▶리얼리즘 ▶편재성 ▶상호운용 가능성 ▶확장성 등으로 규정했다. 즉, 메타버스는 겉모습이 현실과 큰 차이가 없어 현실 세계의 개인들이 몰입하기 쉬울 뿐 아니라, 이용자가 디지털 데이터를 원하는 대로 창조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이 디지털 데이터를 다른 플랫폼에도 활용하고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포트나이트'에서 활용한 아바타를 '로블록스'나 '제페토'에서도 별 차이 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가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메타버스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지속적 ▶동시적이며 실시간 ▶제한이 없는 참여 ▶완전한 경제의 개념 ▶현실과 가상세계를 확장하는 경험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상호운용성 제공 ▶다양한 기여자들에 의해 콘텐츠와 경험이 생성되며 운영 등이다.

 

리셋(reset), 중지 또는 종료되지 않고 무한정 계속되는 메타버스는 모든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존재하는 생동감 있는 경험이다. 모든 사람이 메타버스의 구성원이 되어 동시에 특정 행사, 장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개인과 기업은 창작하고, 소유하고, 투자하고, 판매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아주 다양한 작업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적이고 공적인 네트워크와 경험, 개방 및 폐쇄된 플랫폼에 걸친 경험으로 데이터, 디지털 아이템/자산, 콘텐츠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호 운용성이 확보된다.

 

메타버스의 프라이버시 이슈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메타버스로 인해 프라이버시 이슈가 대두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기존에 생성되지 않았던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어 처리된다. 확장 현실(XR, Extended Reality)을 지원하기 위한 기기들을 통해 기존에 수집되지 않았던 정보가 수집되어 처리된다. 현실에서 제3의 보이지 않는 존재가 특정 개인의 생활을 입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의 프로파일을 재구성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의 트래킹을 넘어서는 인사이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며, 바꾸어 말하면 메타버스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듯 감시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둘째, 디지털 트윈에 대한 보호의 규칙이 불분명하다. 메타버스에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물(object)도 가상화되어 존재한다. 가정 내의 모든 사물이 디지털 방식으로 복제되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 디지털 트윈을 누구나 볼 수 있고, 현실의 가정과 동일한 세팅의 가상 가정을 아무나 방문하여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소위 ‘physical privacy’에 대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기준도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셋째,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온라인 서비스의 진입 구간 및 개인정보가 제공, 공유되는 시점은 비교적 명확한데 반해,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신에 관한 어떤 개인정보가 어느 시점에, 누구와 공유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넷째, 아동 프라이버시에 대한 각별한 보호가 어렵다. 오픈 플랫폼인 메타버스에서는 각별한 보호를 요하는 아동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 프레임워크를 별도로 형성하기 어렵다. 기술적인 제약이 있다기 보다, 현실을 거울로 비춰내는 디지털 가상 세계이기 때문이다. 일반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하는 아동을 위한 Walled Garden이 메타버스에서도 동일하게 제공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도전적 과제로 남아있다.

 

메타버스의 미래

 

메타버스가 만들어 내는 세계를 ‘디지털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부른다. 테라포밍은 어떤 행성을 지구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는 ‘지구화’ 작업을 뜻한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아예 화성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도록 화성의 테라포밍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념에서 메타버스에서는 인류가 거주하는 또 다른 세계이며, 디지털 지구를 만드는 디지털 테라포밍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향후 20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화두로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애플, MS, 알파벳(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 현재 시가총액 세계 10대에 드는 IT기업들은 미래의 먹거리로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20년 후에는 메타버스 경제가 다른 실물 경제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사례를 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도 메타버스로 신입사원 연수나 기념식을 하는 회사들이 생겨났고, 실제 사무실이 없이 가상의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는 회사도 생겨났다. 재택 근무하는 회사들은 그저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메타버스 사무실을 만들어 각자의 아바타들이 그 안에서 회의도 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참여자가 가상세계를 직접 창조하고 그 안에서 가상화폐로 물건을 만들어 사고파는 등 경제 활동을 하는 플랫폼의 전 세계 이용자수가 1억5천만명에 달한다. 얼굴인식, AR, 3D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자신만의 개성 있는 3D 아바타로 아바타 의상을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는 글로벌 가입자 수가 벌써 2억 명을 넘어섰다.

 

메타버스가 우리의 일상을 디지털 세상에서 대체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메타버스를 인류 문화의 변곡점이라도 말하기도 한다. 비대면 온라인 예배에 익숙한 상황에 교회 목사님 설교도 메타버스로 진행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메타버스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