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참사를 읽으며 미래를 찾는다 (황필규, 가브리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가톨릭평화신문 2022.01.09 발행 [1645호]
2018년에 시작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이 5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작년 11월 말부터 전원위원회 공개회의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한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해 사참위 활동기간이 종료됩니다. 피해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재발 방지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그런 조사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비판과 격려가 포함된 관심의 눈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규명과정은 육하원칙에 근거한 사실 확정이라는 단순한 과정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실, 해석, 고민이 있고 그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 과정은 사회적으로, 특히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치유의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한 조사는 증거의 훼손 가능성, 실험의 불완전성, 진술의 부정확, 편향 가능성 등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불신과 혐오, 공격과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차분히 접근한다면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받아들일 수는 있는 결과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피해가족 사찰’, ‘특조위 활동방해’ 등 이미 언론과 관련 재판을 통해 익숙해진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은 참사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둔화시킵니다. 국정원은 대공, 대테러업무 등 자신의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문서를 68만건(중복문서 포함)이나 생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해수부 등의 여러 차원의 정보 수집과 무력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정권에 대한 위기로, 세월호 참사의 해결을 위한 문제 제기는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됐고 피해가족, 언론, 법원, 특조위를 상대로 사실상 작전이 수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대통령에서부터 일선 해경까지 그 누구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라면 더욱더 악화된 형태의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이 원인 불명의 심각한 질병으로 다수가 사망하거나 고통받을 때 정부는 어떤 기준과 절차에 의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답을 구해야 합니다. 보건의료기본법 등에 의하면 늦어도 2008년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관계기관이 이에 관해 신고·보고 또는 통지를 받았어야 합니다. 2011년 그 참사의 원인이 확인될 때까지 상당 기간 참사가 방치된 것이고 정부는 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사후에 관련 증거를 은폐, 폐기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서는 죄는 없지만 경찰이 쫓아와서 도망갔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사참위를 상대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작전 수행하듯이 접근했던 기업들의 행태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사회적 가치’나 ‘이에스지(ESG)’의 선봉인 것처럼 행세하는 기업의 행태가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 8주기는 다가오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기업과의 조정위원회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공간에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기관, 기업 등 관련 주체들이 원칙과 책임에 입각하여 참사의 극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같이 가슴 아파할 줄 아는 우리 모두가 피해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할 때 변화가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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