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7) 가수 바다(최성희) 비비안나 성당 마당서 노래·춤 연습해 꿈 이룬 가수 바다의 ‘하느님 사랑’ 가톨릭평화신문 2022.01.09 발행 [1645호]
▲ 가수 바다는 2017년 (재)바보의나눔이 빈곤 여성 가장을 돕기 위한 ‘오뚝이 엄마의 우뚝 서기’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등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는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S.E.S.는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 여성 걸그룹 전성시대를 연 주역이다. 그 중에도 바다(최성희 비비안나)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녀는 1997년 가수로 데뷔한 이후 뮤지컬과 방송 등에서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가 긴 시간 사랑받는 이유로 그녀의 착하고 겸손한 인성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오래전 내가 어느 모임에서 외국 봉사를 떠나는 청년들 미사에서 특송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바다는 그것을 기억하고 아주 바쁜 스케줄 중간에 짬을 내어 명동대성당으로 달려왔다. 미사가 끝날 때까지 한참 기다리다 영성체 후 제대에 올라 생활성가를 열창했다. 미사에 참여한 청년들이 예기치 않은 바다의 등장에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그때 바다가 시간에 쫓겨 총총 발길을 급하게 옮기며 한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신부님, 저는 노래하는 능력을 하느님이 주셨으니 많이 봉사할 수 있도록 또 불러주세요.” 생활성가를 통해 바다는 그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언제봐도 꾸밈없이 항상 웃고 밝은 얼굴이다. 그녀는 만나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얼마 전 축구를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바다가 긴장한 얼굴로 성호를 긋는 장면이 보여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가수 바다(가운데)와 허영엽 신부, 탤런트 김민정(율리안나)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축하 영상 제작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요즘 근황은 어때요?
제가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 엄마로서 바쁘지만 여전히 노래에 관한 일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제가 여태까지 살아온 것을 보면 모든 것이 다 하느님 은총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하느님이 늘 어딘가로 나를 부르신다고 믿어요. 그 부르심에 최대한 응답을 하려고 해요. 나이 들면서 더 신앙이 깊어져야 하는데 늘 부족함을 느껴요. 특히 코로나19로 성당에 못 나가는 일도 많아서 더 게을러지는가 하는 걱정이 들어요. 그래도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매일 미사를 보는 것이 저에게는 큰 낙이에요.
▶신앙생활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나요?
어린 시절 아버지는 큰 병에 걸려 병원에서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아버지는 병이 낫기보다 죽음 이후에 주님을 뵙기가 두려워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했어요, 당시엔 세례를 받지 않은 예비신자였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매일같이 열심히 성당에서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신비’를 깨달으신 것 같았어요. 그런데 1년 후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어요. 아버지가 완쾌되신 것이에요. 아버지는 “나는 열심히 기도만 했다”라고 감격하셨어요. 그 결과에 병원에서도 어찌 된 일인지 무척 당황했어요. 저는 어린 시절 이 모든 과정을 보았고 이 특별한 체험이 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 바다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우리 가족은 평탄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가족들이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그때 어린 제가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어요. 다행히 아버지가 병이 호전되어 근처의 성당에서 관리자로 일하셨어요. 가족들도 방문을 열면 성당이 보이는 집에 살았어요. 밤중에 아무도 없는 성당 마당에서 4년간 꼬박 노래와 춤을 추었어요. 한참 연습을 하면 온몸이 땀에 흠뻑 다 젖고 다리가 풀려 바닥에 누워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때 본 별들은 하늘의 바다처럼 너무 아름다웠어요. 나는 그럴 때마다 기도하면서 자주 생각했어요. “하느님, 제가 사실 지금은 어려운데 대학에 올라가서 축제 때 내 노래와 춤을 추면 얼마나 좋을까요? 말도 안 되지만 유명한 가수와 같이 노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님 도와주세요.”
▶아버지는 병이 나은 후 어떻게 사셨나요?
아버지는 병이 낫고 그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셨어요. 노래를 잘하시던 아버지는 악기를 챙겨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 탑골공원(옛 파고다공원)에서 노래를 하셨고 어린 저도 같이 가서 노래했어요. 어르신들이 무척 기뻐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행복한 시절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버스킹을 한 것이 가수에 도움이 되었겠네요?(웃음)
저는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든 춤이든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대요. 뼛속 깊이 연예인의 피가 흐르는가 봐요.(웃음) 사실 집안 형편이 안 좋아 예술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간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하고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하면 들어주시잖아요, 정말 기적처럼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저는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들이라 생각해요. 나중에 어느 신부님이 익명으로 저의 독서실비를 내주셨다는 독서실 총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옥상에서 펑펑 울었어요.
▲ 가수 바다가 2014년 8월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CPBC가 주관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환영 음악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어떻게 가수가 되셨나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노래, 영화, 연극과 많은 관계가 있었어요. 하느님이 제게 노래하는 탈렌트를 주셨다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가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못다 이룬 아버지의 꿈도 대신 이루고 싶은 딸의 마음도 가수를 선택하는 데 많이 작용했어요.
가수로서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요즘 아쉬운 것은 가수는 직접 팬들과 만나야 하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빨리 끝나 팬들을 직접 만나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요즘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요.(웃음) 에너지가 좋아 바다가 공을 몰다 몸싸움을 하면 나가떨어지는 선수들이 많던데요?
요즘 생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축구를 하면서 아주 색다른 체험을 해요. 육아하면서 운동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와 약속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잖아요. 축구는 어렵고 힘들지만 초보자로 하나하나 배우고 있어요. 무엇보다 축구가 공동체 운동이란 것이 좋고 저와 만난 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지만, 하느님께서 그분들과 저를 만나게 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냥 지나치는 인연은 없는 것 같아요.
▶축구 경기가 시작될 때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던데요?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어떤 때 저도 모르게 성호를 긋게 돼요. 몸에 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그러면 어떨 때는 제가 신자인 것을 아시고 찾아와서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해주신다고 해요. 너무 고마운 일이죠.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도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면 마음도 훨씬 안정되고 제 노래를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생각에 더 행복해져요.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하느님을 알게 된 것이라 생각해요. 나의 모든 것은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하느님을 몰랐다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노래하더라도 그렇게 기쁘지 않았을 거예요. 항상 앞으로도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저에게 무엇을 하라고 알려주실 것이라 믿어요. 하느님의 자녀로 힘들 때도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요.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봉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바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문득 한 장면이 오래 생각났다. 시골 성당 마당에서 밤중에 노래와 춤을 혼자서 열심히 추는 어린 소녀가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지친 몸으로 땅바닥에 누워 밤하늘의 바다 같은 별을 보며 했을 기도를 생각했다. 그 기도와 바람이 시간이 흘러 그녀의 노래처럼(Dreams Come True) 신앙 안에서 꿈을 이루었다. 앞으로의 그녀의 꿈이 궁금해진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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