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원 시인 / 뒷북
길이 아니면 돌아서 가자 단풍 말이 아니면 돌려서 듣자 단풍 기억의 물줄기, 길이 아니면 돌아서 가자 단풍
잡히지 않는 무엇을 잡으려는지 보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읍내에서 돌아오는 비구니, 나풀거리는 가사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아무것도 알려하지 마라 길가에 달린 연등 잡고 늘어진다 귀가 아니면 말하지 말자 단풍
가을은 꼬리를 감추는데 뒤늦게 찾은 일주문, 돌담 안 이파리 떨군 감나무는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촛불을 켜고 서있다 문이 아니면 돌아서 가자 단풍
공양간 앞에서 졸고 있는 누렁이 너머 장독 너머 가마솥 밥 냄새, 대웅전보다 먼저 끌어들이는데 냄새만 맛보지 말자 단풍
김나원 시인 / 멍게
어머니는 멍게 한 점 드시며
예전의 그 향긋함이 아니야 멍게는 멍게인데 멍게를 껌 씹듯 드시며
그 맛이 아니야 멍게도 그 말을 들어버린 것일까 배가 살살 아픈 게 이 무슨 난리냐
그리던 바다를 먹던 날 그 향이 아니라고 하던 날 멍게가 반항을 하던 날
귀가 많은 멍게는 이쁘다 곱다 맛있다 하는 말을 듣기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봄날 하루를 맛있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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