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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성가에 대한 논의 2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8.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성가에 대한 논의 2

전례에도 멀티미디어 활용한 ‘보는 음악’ 적극 활용할 때

가톨릭평화신문 2022.05.08 발행 [1661호]

 

 

 

▲ ‘보는 음악’의 시대에 교우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미사에 집중하며 기도하도록 돕기 위해 전례와 성가에서도 멀티미디어 요소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성가대원들이 성당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 청년들이 성가를 통해 신앙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필자는 여러 해 전 목포 지역 성가대를 대상으로 특강을 가진 바 있었다. 그때 멀리 외딴 섬에서 오신 성가대원 몇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거의 공소나 다름없는 작은 본당에서 환갑을 넘기신 세 분의 봉사자께서 지휘자와 반주자 없이 반주기기, 소위 가라오케를 틀고 선창 봉사를 하신다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이에 필자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봉사하시는 그분들에게서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성가는 고상한 오르간 소리와 레슨받은 목소리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분들이 몰라서 그리하시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반주기기는 이같이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에서는 여러 악기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할 지역 권위의 판단과 동의에 따라, 거룩한 용도에 적합하거나 적합해질 수 있고, 성전의 품위에 알맞고, 참으로 신자들의 교화에 도움이 된다면, 하느님 예배에 받아들일 수 있다”(120항)고 말한다. 따라서 ‘신자들의 성화’, 곧 교우들로 하여금 미사에 더욱 집중하면서 기도에 더 깊이 잠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성음악의 최종 목표를 이룰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라오케든 반주 음원(MR)이든 혹 유튜브나 여타 SNS든 활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특히 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운 본당일수록 이런 멀티미디어는 더 적극적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아마추어 반주 봉사자의 불편한 전자 오르간 소리보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오케스트라 반주가 교우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성가를 부르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대중음악계에서는 신곡이 발표될 때 뮤직비디오가 함께 발표되는 것이 당연시 된 지 오래되었다. 뮤직비디오의 시초로 인정받고 있는 비틀스의 1966년 신작 싱글 레코드인 ‘Paperback Writer/Rain’이 홍보용 프로모션 비디오로 방송국에서 방영된 이후 이제는 음반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더 많은 노래를 접하게 되었다.

 

오늘날 콘서트는 엄청난 오디오 시스템, 화려한 배경 화면과 조명 및 무대장치, 그리고 현란한 전자 기술과 군무가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말 그대로 관객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는다. 오늘날의 음악, 특히 무대 음악은 더 이상 ‘듣는 음악’만은 아니다. 이제 이는 여러 첨단 기술들이 집약되어 음악과 어우러지는 ‘보는 음악’이 되었다. 미사 중에 부르는 성가도 음악이다. 물론 미사는 교우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는 엔터테인먼트나 쇼가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우들로 하여금 미사에서 더 열심히 성가로 찬양하며 기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런 기술의 일부분만이라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우리 교회는 그날 전례의 의미를 더 깊이 전달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활용해 왔다. 성탄 시기에 화려하게 꾸미는 구유, 하나씩 촛불을 밝혀가는 대림환, 모든 전등을 끄고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부활 찬송, 여러 성상(聖像)의 활용, 촛불만 켜고 진행되는 떼제 기도 모임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전례에 있어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이다.

 

오늘날 몇몇 젊은 신부님들의 강론은 말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PPT나 음원 등이 동원되는 입체적 강론이 이루어지면서 말로만 하는 강론은 점점 진부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전례와 성가에서도 이런 멀티미디어 요소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아름다운 성가 연주를 유튜브로 들려주며 묵상하도록 하면 어떨까? 입당과 참회 때 어두웠던 조명이 대영광송에 이르러 최고로 환해지거나 독서와 복음 때는 롱핀 조명만으로 독서자를 비춰주어 집중케 하면 어떨까? 영성체할 때 때로는 그날 전례 주제에 맞춰 성화와 성가가 조합된 동영상을 활용하면 어떨까? 이런 동영상들은 유튜브에 넘칠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젊은 신부님들은 잘 만들기도 한다. ‘보는 음악’의 시대에 교우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미사에 집중하며 기도하도록 돕기 위해 여러 기기들과 멀티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례의 시대로 넘어가는 탈바꿈이 필요하지 않을까?

 

패러다임의 큰 변화 속에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 교회는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으며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그저 인원수가 아닌 질적 능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유학파 성악전공자라면 무조건 우대받는 분위기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성가 지휘자는 사목의 협조자라는 마인드와 더불어 전례와 성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례 및 교회의 전망에 대해 고민하는 이어야 한다. 발성과 지휘능력뿐 아니라 편곡과 컴퓨터 사보 능력, 멀티미디어 기기 활용 능력, 그레고리오성가에서 CC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변화의 시대에 반주자에게는 오르간뿐만 아니라 재즈 피아노 반주 능력과 신디사이저 활용 능력이 요구된다.

 

성가대원들은 성가대 영성을 바탕으로 전통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가창 능력을 지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보는 음악’의 시대, 멀티미디어의 시대에 우리에게는 더욱 넓은 스펙트럼 속에 다양한 능력을 지닌 협조자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기존의 전통 성음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시대적 부르심에 대한 자각이 요구된다.

 

 


 

이상철 신부

(가톨릭 성음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