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홍구 시인 / 차마 울지 못하네
태국 파타야 민속마을에 코끼리 쇼 누가 재미있다 했는가?
철없는 아이들과 생각 없는 구경꾼들 빼고는 모두가 안타까운 표정이다 큰 덩치에 작은 네 눈을 마주하면 다 하지 못한 말 읽을 수 있네 다 하지 못한 눈물 담겨있네
차마 울지 못하는 너 차마 웃지 못하는 나.
허홍구 시인 / 작은 고개, 큰 고개
동촌에서 시내로 들어서자면 아양교를 건너 작은 고개 큰 고개를 넘어야 했다
손수레에 능금상자 가득 싣고 칠성시장 난전으로 이글던 어머니의 새벽 장삿길 그 뒤를 따라 손수레를 밀면서 신문 배달 나서던 중학 시절나의 힘들었던 고갯길
오늘도 우리가 꼭 넘어서야 하는 다리 건너 작은 고개와 큰 고개.
허홍구 시인 / 잡초
흔한 놈이라 하여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인연 따라 아무 곳에 발붙이고 살아도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이름은 아니다
무지렁이처럼 서로가 엉켜 있어도 더불어 살아가자 한 죄밖에 없으리라
하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의 손에 길들여지고 가꾸어지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는 말이며 그러니 스스로 무릎 끓고 머리 숙이는 부끄러운 백성이 아니라는 말이다
풀 잎으로 밟히고 쓰러졌다가도 그 땅 짚고 일어설 줄 아는 무성한 잡초 제 영혼의 주인으로 살고자 목숨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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