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희 시인 / 밥이 질다
오늘 비 왔지 밥이 질다 말하지 않고 비 와서 넉넉히 물 부었다고 야단 한번 안 치고 웃음으로 소리없이 꾸짖는 뼛속의 말씀으로
울컥, 화내고 싶을 때도 찬찬하신 그 말씀 왜 단번에 해내지 못하고 그 길이 더딘지 묻지도 못하고 비오지 않아도 물먹는 마음 온몸이 젖어 밥이 질다
구순희 시인 / 상념에서 사념으로 2
잠시나마 열탕에서 얼마나 곤두박질쳤는지 타기 직전에 가까스로 해방된 노른자는 온통 멍 자국이다
푸르뎅뎅한 단백질이 퇴로를 차단당하고 목구멍에 달라붙어 캑캑거릴 때도
줄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머릿속은 아직도 닭이 되지 못한 삶은 달걀에서 샛노랗고 당찬 병아리를 그려보는 헛수고라니
조금 전 읽다 만 슬픈 이야기에 시간을 놓치고 하루에도 열두 번 지었다 허무는 기와집 생각으로 눈으로 입으로 제 맛을 놓친 후에도 상념에서 사념으로 오가느라 여전히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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