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경 시인 / 늑대와 시를
오늘밤 늑대와 시를 이야기하려 해
왜 웃어?
그대는 죽도록 한 여자만을 사랑할 수 있겠어?
아내가 먼저 가면 평생 혼자 살다가 아내 무덤에 같이 묻힐 수 있겠어?
약속을 천금보다 중히 여기는 늑대 결코 남을 먼저 해치지 않는 늑대
내가 그때 늑대와 결혼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 이유야
윤준경 시인 / 은행나무 연가
우리 집 은행나무는 혼자였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짝이 없던 은행나무는 연못 속에서 짝을 찾았다 그것이 제 그림자인 줄 모르고 물속에서 눈이 맞은 은행나무
물에 비친 제 그림자에 몸을 포개고 만 명도 넘게 아기를 가졌다 물방개는 망을 보고 연잎은 신방을 지켜 주었다
해마다 가지 사이에 돌멩이를 얹고 그림자에게 시집간 은행나무 한 가마니씩 은행이 나와도 그것이 그리움의 사리인 줄 몰랐다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연못이 걱정되는 은행나무는 날마다 그쪽으로 잎을 날려 보내더니 살얼음이 연못을 덮쳤을 때 은행잎은,
연못을 꼭 안은 채 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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