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시인 / 비밀
외계인에게 강제로 납치돼 심문받다가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단 한 사람의 지구인이 되어 나는 그대 비밀, 설명합니다
강제가 무엇인지 알아버린 강제의 얼굴로 강제를 강제당한 강제적인 목소리로 몸짓으로
그들이 신비로운 고문 기술과 유도 신문에 정신없이 자백했던 단 하나의 지구인으로 이, 괴롭고 행복한 설명을 합니다, 설명을
제가 누군지 어느 별에서 왔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지구의 그대에게 나의 외계인에게 나의 강제로, 나의 비밀을
이영광 시인 / 등
등에는 눈이 없고, 코도 입도 가슴도 없는데
돌아서서 가는 사람의 등은 먹먹하고 동그렇고 기웃하다
진짜 얼굴은 등에 있는 것 같다 얼굴이 두리번거리고 화들짝 놀라고 붉게 달아오를 때
둥은, 숨겨주고 눕혀주고 붙잡아 일으켜 세워준다
앞이란 언제나 휘둥그런 간판 같은 녀석 힘내어 큰소리치다간 풀죽는 녀석
입간판 들여놓고 셔터 내리고 울음을 내놓으려 하는 얼굴을, 자꾸 품속을 파고드는 앞을
부릉 부릉 부릉 헬멧에 점퍼로 단단히 여민 등이 안고 간다
-시집 <아픈 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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