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혜 시인 / 종의 기원 1 - 시의 진화에 대한 짧은 상상
호모 이렉투스
네 발을 버리고 직립하자 지평선이 더 멀어졌는데. 이마에 별을 올리고 살면서부터 그리움이란 유전자가 생겨났는데. 설골 내려가고 혀 놀림 자유로워진 조상들 만년 빙하에 갇혔던 복숭아씨 발아하듯 외마디 단말마가 말이 되고 노래의 꽃 피어났는데.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그림 그리고 글자 쓰게 되었는데. 심심해진 혀와 입술이 거짓을 말하고 남아도는 말이 모습을 숨기면서 시도 탄생했는데.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동물에게도 자연선택 적자생존 적용되었겠지. 수수천년 많은 문학 종속들 생멸했지만 시란 종,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변종도 다양하게 진화했는데. 은유와 상징으로 힘 기르며 번성했는데. 또 수수만년 진화 거듭한다면 사라진 꼬리뼈나 퇴화된 맹장처럼 흔적으로나 남겨질른지. 공룡이나 매머드처럼 화석에나 그 번성의 시대 새겨질른지. 아니면 폐기 처분된 시집과 문예지 썩고 또 썩어 식물들 유전자 돌연변이 겪고 또 겪으면 나무들도 시어가 새겨진 이파리나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다는 시의 낙원 도래할는지.
호모 포이투스
또 알아? 최고도로 진화한 인간들이 돈 대신 총 대신 시로써 낙원이 된지구를 신처럼 지배하게 될지.
-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2014
이영혜 시인 / 종의 기원 2 - 직립
두 발로 일어섰어요 시도 때도 없이 배와 배를 맞대고 번식 없는 사랑을 즐기게 되었어요 허리의 통증이나 출산의 고통도 적금 꺼내듯 너끈히 감수할 수 있었지요
인간은 가슴과 가슴 또는 등과 등을 맞댈 수 있는 동물 가슴과 가슴을 보노보 원숭이처럼 포개야 한다구요 등과 등을 서로 돌리려고 직립한 거 아니지요 총칼을 허공을 움켜쥐고 있는 두 손 주먹 펴서 둥그렇게 마주 잡아야 한다구요 그것이 신을 모습을 닮아 간 인류라는 종이 내내 번성할 수 있는 열쇠
두 손으로 파괴한 폐허에서 칼라하리 사막의 미어캣처럼 잠시 까치발로 서서 그리움 가득한 눈길로 지평선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네 발로 사라져 가지 말란 법 있나요? 진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말자구요
-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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