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 / 천관(天冠)
강으로 간 새들이 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
막 돋아난 개밥바라기를 보며 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긴다
오랜만에 바위와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
먼 데 갔다 온 새들이 어둠에 덧칠된다
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 거기 있고
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 여기 있다
-시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창비, 2018
이대흠 시인 / 고매(古梅)에 취하다
밭패기 팔아 들여온 짤가마에서 고방 항아리로 짤알들 쏟아지는 소리 햇살이 몽글다 어깨가 좁았던 사람 착해서 가난해진 그 사람의 몸에서 나던 살냄새 바람이 여물 먹은 소처럼 순해진다 몸이 검다는 것은 울음이 많이 쌓였다는 것 청산초 잎이 어린 쥐의 귀처럼 쫑긋하다 탈출구 없는 향기의 감옥 멀리 왔다 했으나 여전히 묶였다 온갖 소리 다스민 저 아래에서 도대체 뿌리는 얼마나 많은 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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