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9) 숲에서 배우는 자연 경외의 태도 나무 한 그루도 하느님의 창조물 가톨릭평화신문 2022.07.10 발행 [1670호]
숲에 간다는 것은 나와 자연과 하나 됨을 의미한다. 마치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듯이 자연의 포근함에 나를 떠맡기는 셈이다. “Mother nature”, 자연을 경외하는 영어 표현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그야말로 한마디로 잘 설명한 표현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마치 자연 위에 군림하고 자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주인인 양 의식하고 행동해 왔다. 자연을 정복하고 자연과 싸워 이기는 것이 인간의 능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왔다. 이와 같은 생각과 태도가 지극히 잘못된 것임에도 우리는 아직 인간 중심적 사고를 고집하고 행동함을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숲을 자주 찾는 계절이 돌아왔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활동이 제약받던 것이 풀리면서 주말뿐 아니라 평시에도 숲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숲을 이용하고 숲에서 여유로운 여가를 찾는 것도 좋지만 반대로 자연의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이용한다는 것이 몸살을 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자연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다. 수용한계를 벗어나면 우리의 몸이 피로가 누적돼 몸살을 앓듯 자연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숲을 찾는데 더욱 조심하고 겸허한 행동이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가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는 데 있어 인간중심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제대로 숲을 이용하고, 숲을 느끼고 체험하여 인간이 자연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역시도 자연과 함께 조화로워야 할 하느님의 피조물임을 느껴야 한다. 미국의 사상가인 에머슨은 ‘숲과 같은 자연에서도 하느님의 창조 섭리가 드러난다’고 했다.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하느님의 고귀한 창조물임을 인지하고 대한다면 경외롭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속한 청주교구의 주보 첫 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함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본문을 발췌하여 게재하고 있다. 교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자연에 대한 신앙인의 태도도 담겨 있고 한 구절 한 구절 읽을 때마다 깊은 감명을 받는다. 결국, 우리 중심적인 생각과 태도는 숲과 같은 자연을 이용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연 훼손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또다시 부메랑이 되어 결국 우리의 훼손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회 모든 측면에서 성숙한 발전이 고루 이루어져야 한다. 터널을 지나면 또 터널이 나오는 도로를 달리면서 도로의 건설도 이제는 ‘빠르기만’ 추구하는 도로보다는 자연과 공존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도로의 품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외국 논문에서 가로수와 주변의 경관이 운전자의 피로를 감소시키고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았다.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도로를 우회해서 건설했다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21세기가 되면서 인류는 지구가 생긴 이래로 가장 엄청난 생태 위기를 맞고 있다. 인류 스스로 초래한 위기가 기후변화는 물론이고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으로도 연결된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윌슨 교수에 따르면 지구에서 매일 100여 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두세 배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 자연이 파괴되고 이 파괴로 인한 생태학적 위기는 바로 인간의 위기이다”라고 말한 킨젤바흐의 주장에 아마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참된 인식과 태도,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인간과 자연의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세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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