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짜증, 그 짜증나는 감정 가톨릭신문 2022-08-21 [제3307호, 15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울컥 올라오는 감정이 짜증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인정할 때 짜증 줄일 수 있어
살다보면 울컥 올라오는 짜증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짜증은 일이나 사람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올라옵니다. 기도를 했는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일을 시켰는데 잘해내지 못했을 때 짜증이 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내 마음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에도 짜증이 납니다.
열심히 수행을 했는데도 여전히 미운 마음 찌질한 감정들이 없어지지 않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사는 듯 한 느낌이 들 때 울컥 자기 자신에게 짜증이 납니다. 즉 ‘세상은 내 생각대로 돼야해’ 하는, ‘나는 내가 노력한 만큼 달라져야해’ 하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 짜증이 울컥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짜증을 줄일 수 있을까.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어, 주님도 세상을 당신 뜻대로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세상이 내 맘대로 되길 바란다면 내가 제정신이 아닌 거야’ 하고 자신에게 이야기 하면 어느 정도 짜증이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짜증이 가라앉지 않을 때에는 나의 성격에 어떤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본인이 혹 성격장애자가 아닌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내 뜻대로 바꾸려고 애쓰고 그것이 제대로 안 된다고 짜증을 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곳임을 인정할 때,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성격이 달라지지 않음을 인정할 때 짜증이 줄어들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노래가사 중에 “짜증은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는 부려서 무엇 하나” 하는 것이 있는데 짜증을 줄이는 혼잣말의 표본으로 적합한 가사입니다.
상담실을 찾는 분들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들이 왜 자기 마음에 들지 않게 사는가 불평합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달려서 시간을 낭비하는 분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참 기운도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생전에 아주 열심히 산 수도자가 선종해서 천당에 들어갔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그전에 천당에 들어온 같은 수도원 출신들과 함께 기거하게 해주려고 마음먹었는데, 다른 수도자들이 베드로 사도에게 집단으로 면담신청을 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죄송하지만 그 수도자를 우리공동체에 안 보내셨으면 합니다.” “왜?”
“정말 열심히 살아서 주위사람들은 다 성인수도자라고 칭송하고 난리인데, 정작 같이 사는 저희들은 그 사람의 잔소리를 견디느라고 무진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같이 살아야 한다니요. 차라리 우릴 연옥으로 보내주십시오”하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고민고민하다가 하는 수없이 그 수도자를 치매노인들을 돌보는 천당 요양소로 보냈다는 이야기.
|
'<가톨릭 관련> > ◆ 교리 & 영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182. 도덕률 - 자연법 (0) | 2022.08.27 |
---|---|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14) 하느님의 어머니 (0) | 2022.08.26 |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81. 도덕률 (0) | 2022.08.23 |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1. 복음과 사회교리 (0) | 2022.08.20 |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13) I.N.R.I (0) | 2022.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