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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16) 산림욕의 핵심 인자인 피톤치드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7.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16) 산림욕의 핵심 인자인 피톤치드

숲의 향기, 피톤치드의 치유 효과

가톨릭평화신문 2022.09.04 발행 [1677호]

 

 

 

 

무더위가 한창일 때 숲에 가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시원하다. 기온도 도심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오감을 자극하는 쾌적함과 상쾌함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준다. 한낮 숲에 들어서면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들이 있다. 세상의 어느 향수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냄새이다. 숲에서는 나무와 풀, 꽃, 그리고 심지어 땅에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황홀한 냄새를 품어낸다.

 

독자들께서는 이 숲의 향기, 즉 피톤치드란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산림욕 또는 산림 치유하면 곧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피톤치드이다. ‘phytone(식물)’과 ‘cide(죽이다)’을 합성한 말로 식물들이 내뿜는 자기방어 화학물질을 뜻한다. 모든 생물이 다 그렇듯이 식물도 자신이 위기에 처하면 싸움과 방어기작이 작동한다. 그런데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화학무기를 내뿜어 자신을 위기로부터 지키는데 그 물질을 통칭하여 ‘피톤치드’라 부른다.

 

피톤치드를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은 마치 어떤 특정 식물이 내뿜는 특정한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모든 식물은 자신을 방어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고 위기에 처할 때 이를 발산한다. 예를 들면 여름철 잔디를 깎고 나면 풍기는 냄새나 양파를 썰 때 코를 찌르고 눈물을 나게 만드는 물질도 피톤치드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소나무나 잣나무, 편백과 같은 특정 나무만 피톤치드를 발산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의 특별한 향내 때문일 것이다. 이들 침엽수 계통의 나무들은 ‘테르펜’, 즉 휘발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방어물질로 내뿜고 있어 우리 코에 쉽고 강하게 감지되어서 그렇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바늘잎은 이런 테르펜 계통의 피톤치드 저장고이어서 잎에 조금만 상처가 나거나 기온이 올라가면 온 숲이 향긋한 냄새로 가득 찬 느낌을 준다. 또한, 휘발유와 비슷한 성분이기 때문에 소나무 생가지도 불에 잘 탄다. 반대로 참나무류와 같은 나무에서는 주로 탄닌 성분이 주가 된 피톤치드를 내뿜기 때문에 우리 코는 잘 느끼지 못해 마치 피톤치드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을 한다.

 

피톤치드에 관한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많이 수행됐다. 초기 피톤치드의 연구는 2000년대 초 산림청의 연구지원으로 필자를 비롯해 관련학자들이 전국의 대표 수종별 피톤치드의 양과 성분을 조사하는 것으로 수행되었다. 당시 대관령의 소나무숲, 장성의 편백나무숲, 그리고 포천의 잣나무숲을 대상으로 피톤치드를 포집하여 분석하였는데 단위 시간당 발산량이 편백숲에서 가장 많았다. 이 보고서를 보고 언론에서는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가 편백이라고 보도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편백이 산림치유에 가장 적합한 나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피톤치드의 발산은 환경과 기후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수종이 일방적으로 방출이 많다는 것은 오해이다.

 

이후 피톤치드의 연구는 동물실험을 비롯하여 살균실험 등의 많은 실험 연구를 통해 진정 효과 및 살균에 효능이 있음이 보고되었다. 또한, 심리 및 생리 실험에서도 피톤치드가 스트레스와 안정, 그리고 코르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의 현상을 완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아직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피톤치드의 성분과 그 효과를 알아낼 필요가 있다. 아직도 피톤치드는 블랙박스인 셈이다.

 

 


 

신원섭 라파엘 교수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