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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뜨거운 지구, 빙하가 녹는다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15.

뜨거운 지구, 빙하가 녹는다

해수면 상승과 온난화 가속화 ‘악순환’… 한국도 수몰 위험

가톨릭신문 2022-08-21 [제3307호, 20면]

 

 

해수면 상승, 해안가 침수 야기

기온 상승해 온난화 현상 촉진

 

 

 

기후 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고 있는 남극의 빙하.

 

 

전 세계적으로 2022년은 폭염이 지구촌을 휩쓸었다. 동시에 홍수와 산불 등 각종 재해들이 유례없는 규모와 빈도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극지방과 고산 지대의 빙하도 녹아내리게 한다. 뜨거워진 지구,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더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를 돌아본다.

 

지난 7월 초 이탈리아 돌로미티산의 최고봉 마르몰라다(해발 3343m)에서 빙하가 무너져 내려 등반객 11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지구 온난화 탓으로 여긴다. 전에 비해 높아진 기온에 수년 동안 노출됐던 빙하가 녹아 줄어들었고, 폭염에 더 많은 열이 가해지면서 얼음 덩어리로 쪼개질 정도로 빙하가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기후변화의 추세에 따라 빙하 붕괴의 재앙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보호단체인 레감비엔테(Legambiente)는 지난 8월 10일, 보고서 ‘빙하들의 행렬’(Caravan of the Glaciers)에서 1895년 기록이 시작된 이후 이탈리아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200개 이상의 주요 빙하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유럽의 역대급 폭염으로 알프스산맥의 얼음과 눈이 녹아내리면서 산사태와 눈사태의 위험이 높아져, 전 세계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알프스 마터호른(4478m)과 몽블랑(4809m)의 탐방로 일부가 폐쇄됐다. 스위스 융프라우(4158m) 역시 100년 만에 처음으로 등정이 금지됐다.

 

녹아내린 빙하는 국경선까지 바꿨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테오둘 빙하는 최근 크기가 4분의 1가량 줄어들어 국경선이 100m 정도 이동했다. 알프스산맥의 평균 기온은 최근 10년 동안 0.3℃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 속도의 2배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100년에는 알프스 빙하의 80%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온난화는 북극과 남극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얼음을 녹이고 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 국제 연구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테라 위성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 21만7175개 빙하의 두께와 면적을 분석했다. 조사에 의하면 1999년에서 2019년 사이 20년 동안 매년 2900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이 기간, 전 세계에서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상’(대륙의 넓은 지역을 덮는 빙하)을 더한 만큼의 얼음이 사라진 것이다. 가장 많은 얼음이 사라진 곳은 남극과 북극, 알프스산맥, 히말라야,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와 아이슬란드 등이다.

 

영국 리즈대학 극지 관측 및 모델링 센터(CPOM)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28조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그중 절반이 그린란드 빙하와 남극의 평평한 얼음층인 ‘빙붕’(빙하나 빙상이 바다를 만나 평평하게 얼어붙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이다. 그린란드는 7조6000억 톤, 남극은 6조5000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얼음이 녹는 속도도 빨라졌다. 1990년대에는 매년 약 8000억 톤의 얼음이 녹은 데 반해 2000년대에는 1조2000억 톤, 2010년대에는 1조3000억 톤의 얼음이 매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녹은 얼음의 68%는 지구 기온 상승 영향으로, 나머지 32%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사라진 28조 톤의 얼음 중 절반은 육지에서 사라진 얼음이다. 이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 세계의 해수면을 약 35㎜ 상승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다에 얼어있던 얼음이 녹는 것 역시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은 당연히 해안 지역의 침수를 야기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금세기 중에 잠길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린피스 호주태평양지부는 해수면 상승으로 키리바시, 바누아투, 솔로몬 제도에 속한 여러 섬나라들이 이미 물속으로 잠길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영산강 하구와 낙동강 하구가, 3m 상승하면 금강 하구의 군산, 장항 등이 수몰될 수 있다. 서해안은 눈에 띄게 해안선이 후퇴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몰의 위협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온난화가 급격하게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빙하가 반사하던 태양 복사열의 흡수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기온 상승이 가속화돼 지구가 더 뜨거워진다. 이는 해류 시스템과 대기 순환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교란시켜 온난화 현상을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촉진하게 된다.

 

영국 더럼대학 연구진은 인류가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함으로써 지구 온도가 2℃ 오르면 해수면 52m에 달하는 세계 최대 남극대륙동부빙상(EAIS)이 녹아내려 수세기 안에 해수면이 최대 5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2℃ 이하로 제한한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주택.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 지역 도시들은 물속으로 잠기게 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한반도의 기후위기

때 이른 열대야, 사라진 장마… 멸종 가속화 우려

가톨릭신문 2022-07-24 [제3304호, 20면]

 

 

남부 기후 아열대로 바뀌고

생물종 10% 멸종될 수도

탄소 배출 최소화만이 해답

 

 

 

올해 3월 울진과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 모습. 한반도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재앙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빈번해지는 이상기후 현상이 한반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후는 농업과 삼림, 보건 등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처음 겪는 날씨, 이상기후

 

올해만 해도 기상관측 이래 처음 6월에 열대야가 발생한 반면, 잦은 가뭄과 함께 폭우가 잇따랐다. 수일 동안 계속되는 장마는 사라지고 아열대 지역에서 만나는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지곤 한다. 열대야는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6월 한 달 동안 서울, 수원, 대전, 광주 등 전국 13곳에서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통상 폭염이 이어지는 7월과 8월에 집중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다. 6월 하순 중국 허베이성은 44.2℃, 일본 군마현은 40.1℃로 6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극단적 폭염 현상이 아시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정보센터의 ‘한반도 기후변화보고서’는 21세기 후반 한반도 연중 폭염일수는 17.9일에서 최대 40.4일로 늘어나고 열대야 역시 지금보다 13배 증가한 37.2일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10년마다 열대야가 8일씩 증가해 2100년에는 연중 열대야 일수가 70일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3~5월 전국 평균 기온은 13.2℃로 평년 대비 1.3℃ 높았다. 1973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6월에도 마찬가지로, 6월 하순 전국 평균 기온은 25.7℃로 기상 관측사상 역대 1위였다.

 

■ 한반도 온난화 급격하게 진행

 

이러한 이상기후의 원인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는 전 세계적인 온난화 현상과 비교해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7월 12일 발표한 ‘2021 지구대기 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 ) 농도가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온실효과가 큰 메탄(CH ) 가스 농도도 급격히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상청의 ‘2021년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 전국 평균 기온은 13.3℃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2019년 기록과 같고, 2016년 기록인 13.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 지난해 폭염 일수는 11.8일, 열대야 일수는 5.5일이었다. 높아진 기온 때문에 서울의 벚꽃 개화일이 3월 24일로 1922년 관측 이래 100년 만에 가장 빨랐다. 장마 기간도 매우 짧았다. 장마가 채 끝나기도 전에 폭염이 닥쳐와 7월 폭염 일수와 최고 기온이 모두 역대 5위를 기록했다.

 

■ 기후변화 영향

 

기상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지난 109년간(1912~2020)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 특히 30년 동안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연중 5개월이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한반도가 뜨거워짐에 따라 현재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는 아열대 기후가 됐다. 21세기 후반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남도까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과 축산 부문에서는 월동 작물의 재배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고온과 이상저온 등에 의해 작물 수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큰 피해가 발생한다. 온난화는 해수면의 상승을 야기하는데, 우리나라 연안의 경우 최근 30년 동안 평균 해수면이 3.12㎜씩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해안 저지대 침수, 해안 침식 및 해일 피해도 늘어나게 된다.

 

온난화로 인한 대형 산불이 빈번해져 산림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대규모의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생물 다양성 감소 현상을 야기한다. 지구의 기온이 1℃ 상승하면 생물종의 30%가, 3℃ 상승하면 심각한 멸종 위기가 올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의 경우 현재 수준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21세기 말 최대 10%까지 생물종이 멸종할 것으로 우려된다.

 

■ 온실가스 안 줄이면 2100년 기온 7℃ 상승

 

온난화는 인류의 생존, 보건과 의료 영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과 고온 현상에 의한 온열질환 발생, 사망, 기저질환 악화 등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전국에서 4500명 이상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48명이 사망했다. 특히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은 이러한 기온 변화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기상청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 2020’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2040년까지 한반도의 기온이 연평균 1.8℃ 상승하고 온난화가 가속화돼 2100년에는 연평균 7℃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 장기적으로는 기온 상승 폭을 2.6℃까지 줄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