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석규 시인 / 가을 햇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26.

김석규 시인 / 가을 햇살

 

 

서산을 넘어가기 전

가위 바위 보로 기대는 햇살

여윈 덜미가 하얗게 흔들린다.

미리 정해둔 차례도 없는데

정이 들대로 든 사람 하나 둘 떠나고

밭은 기침소리 돌아나가는 골목

누군가 와서 가만히 문을 두드릴 때

비로소 주섬주섬 챙기는 해거름

한참을 머뭇거리는 담벼락에

긴 그림자로 슬리는

 

 


 

 

김석규 시인 / 유년 풍경

 

 

까치떼 우짖으며 날아오르는 하늘

눈이 시리도록 파아랗고

아카시아 꽃향기는 온 천지에 질펀하였다.

시냇물 건너 언덕을 넘어

밀밭으로 보리밭으로 헤뜨고 다니며

종달새 보금자리 찾아 뒤적거리는 날

바람 불 때마다 한없이 굽이치던 맥란

그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 목소리

외할머니 제삿날인지도 모르겠는

 

 


 

김석규 시인

1941년 경남 함양군 출생. 부산사대 미술과 졸업.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 졸업. 196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파수병" 당선. 1965년 "현대문학"에 청마 유치환 추천으로 초회 추천. 1967년 '삼천포 기행'으로 '현대문학' 추천완료로 등단. 부산시인협회장. 장기간 교직에 종사. 2004. 제20회 윤동주문학상. 시집: <파수병> <풀잎> <남강 하류에서>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