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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10) 8월에 열린 추기경회의의 의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1.

[글로벌칼럼] (110) 8월에 열린 추기경회의의 의미

로버트 미켄스

가톨릭신문 2022-09-25 [제3311호, 6면]

 

 

전과 달리 8월에 소집된 회의

사임 등 깜짝 발표 전혀 없어

새 교황령 위한 자리였다지만

다음 교황 식별했다는 관측도

 

 

나의 직감은 틀렸다. 인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례 없이 8월에 소집한 추기경회의에서 깜짝 발표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8월 29~30일 열린 회의에서 교황은 교황직 사임에 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사도좌 공석과 콘클라베시 필요한 절차를 개선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8월 2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20명의 새로운 추기경 서임식 외에 전 세계에서 모든 추기경들을 소집한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그리고 교황은 왜 이탈리아와 대부분의 유럽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때에 회의를 소집하면서 추기경들에게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준 것일까?

 

로마에서 36년을 살면서 교황이 추기경회의라는 중요한 모임을 8월에 연 기억은 없다. 모든 추기경들이 8월에 로마에 모인 것은 성 바오로 1세 교황을 뽑은 콘클라베가 열린 1978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5월 29일 새 추기경 임명을 발표하면서 전했듯, 교황이 이번에 모든 추기경들을 소집한 공식적인 이유는 교황청 개혁에 관한 그의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의 실행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교황령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9주년 기념일이었던 3월 19일 반포돼, 성령 강림 대축일이던 6월 5일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교황은 새 교황령에 대해 추기경들의 동의를 받거나 제안을 받기 위해 이번 추기경회의를 연 것이 아니다. 만약 교황이 새 교황령에 대해 추기경단의 의견을 듣기 원했으면, 교황령 반포 전에 이런 회의를 했을 것이다.

 

미국의 로버트 멕엘로이 추기경은 회의 후 가진 ‘아메리카’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황령을 수정하려는 회의가 아니었고, 새 교황령 실행에 관한 것이 주요 논제였다”고 밝혔다. 이번에 서임된 멕엘로이 추기경은 인터뷰에서 이틀 동안 열린 추기경회의에 대한 자신의 인상과 분석에 대해 밝혔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에 열정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멕엘로이 추기경은 모든 추기경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령에 명시한 것처럼 교회의 지배와 성품을 분리한 것, 바로 평신도 부서장 임명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황의 이러한 개혁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교황과 사이가 좋지 않은 추기경들뿐만이 아니었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같은 교황의 최측근들도 이러한 변화의 정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전했다. 교황의 개혁 방향에 불만을 품은 다른 추기경들은 공공연히 이번 추기경회의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번 추기경회의가 추기경들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다음 교황 후보를 찾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몇몇 추기경들은 ‘사전-콘클라베’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발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이번 회의가 다음 교황이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 식별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인정했다. 한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85세가 됐고, 건강은 보이는 것 그대로”라며 “그가 더 오래 교황직을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새 교황령 실행이라는 이번 회의 주제를 통해 추기경들의 면면을 더 잘 살피고 교황청의 요직에 누가 좋을지 알아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새 교황령이 효력을 발휘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교황은 대부분의 장관들을 교체하지 않고 있다. 장관들 중 상당수가 은퇴연령을 넘겼거나 임기를 넘기고 있다. 많은 부서의 장관직이 불확실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교황이 필요한 인선을 하고 있고, 교황이 이번 회의를 소집한 이유라는 평가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85세의 교황에게는 식별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을 것이다. 사실 교황은 지난 2월 시작한 노년에 대한 가르침 후속으로 최근 식별에 대해 교리교육을 하고 있다. 교황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일반알현에서 의사 결정의 기술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식별은 교황을 비롯한 예수회원들에게 익숙한 방법이지만, 이 방법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 그리고 교황 자신이 어떤 식별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 상세하게 알릴 필요도 없다. 최근 그의 추기경 임명에서도 그 면면을 알 수 있다. 몇몇 관측통들은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 몇몇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교황은 어떤 설명도 없었다. 교황이 그럴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교황 자신이 밀라노대교구장으로 임명한 마리오 델피니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지난 5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큰 교구의 교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는 델피니 대주교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세상 물정에 밝으며 검소한 삶을 살고 있다. 겸손하며 자기를 낮추는 그는 유머감각도 갖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프란치스코의 주교’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황은 왜 델피니 대주교 대신 밀라노관구 소속의 코모교구장 오스카 칸토니 주교를 추기경에 서임했을까? 델피노 대주교는 칸토니 추기경 서임 감사미사에서 이런 오랜 농담으로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회원들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도 알 수 없지요.”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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