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김영 시인 / 모래 고래
파도는 절판되었다
먹구름 속 성난 구호들 쏟아져 내리는 문장들 어딘가로 내몰리는 붉덩물이 뒤틀리는 허리를 그러쥐었다
번번이 파본으로 넘겨지는 신의 약속
새벽 종소리에 물결치는 바람은, 신기루를 보았을까 사구마다 숨을 죽이고 엎드린 여분의 바다들
나일강을 떠돌다가 갠지스강을 표류하다가 모래 고래를 타고 돌아오는 노래들
비늘을 뭉개버린 모래 고래가 꿈틀, 거기서부터 파도를 증명하는 임계점이 된다
모래 고래가 키우려던 풀잎들
깜깜한 씨앗들 날아가기 하루 전 모래 고래는 묵묵히 바다를 양각한다 고인 울음이 흩어지며 일어서는 새벽이었다
김제김영 시인 / 라싸로 가는 바람
죽을 이유를 수도 없이 만드는 바람
바다의 첫걸음이 불쑥 미끄러진다
기울어진 어깨를 들썩일 때마다 해안으로 밀려 나오는 흰 뼈들
슬쩍 수평선을 넘어오는 악수와 외면의 기억
일부러 태엽을 푼 건 아니겠지
바람이 젖는다 상처가 새겨 넣는 문장
<오히려 불신을 믿자>
그리고, 나는 훨씬 멀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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