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신 시인 / 페이지 커팅
눈빛은, 아프다
낯선 사람의 눈빛으로 '커팅',
입장할 것인가, 바라볼 것인가, '커팅' 기어가는 달팽이
누군가 사라진 문을 열고 들어선다 저 소리, 꿈을 뚫고 나갈까, 들아설까 '커팅'
그날이 오고 종소리 울리는 그날이 가고 뉘앙스’ 의 밤 슬픔은, 꿈틀거리는가, '커팅'
꽃을 자를까? 파라솔 밑 비어있는 박스, 흘러내려요 공으로 흘러내려요
사각거리는 눈은 내리고, 페이지는 '커팅'
레몬냄새는 날까? 비어 있는 몸
뉘앙스의 밤은, '커팅'
돌은, 아프다
껍질인 듯, 여자가 서 있다.
- 월간 《현대시 2021년 2월호 -
김현신 시인 / 바람이 늙어갑니다
바람은 비목입니다
초연 가득한 메시지엔 이름 모를 미소가
늙어, 늙어갑니다
달빛에 숨깁니다 마디마디 이끼를 쓰러지는 바람을
어젯밤 같은 슬픔입니다 뼈의 노래, 천진한 적막, 알알이 흐르는 궁노루 밤, 달빛은 흘러흘러 어디로 갔을까
아무것도 없어진단 말입니다
이름 모를 꽃은 울어 지친 나뭇잎은
늙어가고 안개이고
자꾸 밀려나는 바람입니다 늙어가는 바람입니다
슬픈 오늘입니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종천 시인 / 맞선 외 1편 (0) | 2023.01.01 |
---|---|
이재무 시인 / 청승 외 1편 (0) | 2023.01.01 |
김제김영 시인 / 모래 고래 외 1편 (0) | 2022.12.31 |
복효근 시인 / 멸치똥 외 1편 (0) | 2022.12.31 |
신달자 시인 / 어머니의 땅 외 1편 (0) | 2022.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