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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애란 시인 / 그 새장 밖에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26.

최애란 시인 / 그 새장 밖에는

 

 

금요일이 피었다

 

대낮보다 환한 어둑발 피는 소리에 달무리 지친 떼새 날아올랐다

 

쪼아대는 목요일은 안녕

토요일이 보이는 수요일

정구지 지짐 풀죽는 소리와

눈비음 불붙은 어제가 오전 내내 씹혔다

 

기다리지 않아도 얼마간의 금요일이 피었고

 

청승얼음막걸리 주전자는 문턱에 주저앉아

일어서기만을 기다렸다

낮과 밤을 번갈아들였으나

새들 대신 뻐꾸기시계가 짖어 주었다

 

그해 봄날은 봄물이 잦았다

 

사월의 목련이 구름문 잠갔으나

밤마다 새들은 잠을 열고 문턱 없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문장》, 2022년 59호

 

 


 

 

최애란 시인 / 책장 속으로 사라진 엄마

 

 

 오전 열시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열 시의 사막을 빌린 나는 모래비 털다 아는 아이의 이름 적어 봅니다 도마뱀붙이, 사막여우 ... 모르는 아이가 정글짐 근처 열두 시 한가운데로 꽂힙니다 엉덩방아 찧는 모래 위로 울음이 솟구치고 놀란 오릭스가  모래바람으로 달아납니다, 무얼 기억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처럼, 달아납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는, 열한 시 오십 구 십분의 엄마

 

 자정 지나

 노래 쌓인 책장을

 덮습니다

 

 책장 속으로 사라진 엄마

 

 속이 상한 엄마와 겉이 말짱한 엄마는 검은 모래 쓸고 다닐지도 모릅니다 사라지지 않는 사막의 한낮을, 한낮의 한밤중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와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모래바람 털어내며

 거기, 모래 말뚝 꽂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구의 시> 2022

 

 


 

최애란(崔愛蘭) 시인

대구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및 同 대학원 졸업. 2006년《심상》으로 등단. 시집 < 종의 출구는 늘 열려 있다>. 2000년 <인터넷 문학상> 작품공모에 '가을배추'로 대상 수상. 2019년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선정.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심상>시인회 회원. 현 달성문인협회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