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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34) 한겨울 꽃 잔치 여는 동백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19.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34) 한겨울 꽃 잔치 여는 동백

붉은 동백꽃이 선사하는 겨울 정취

가톨릭평화신문 2023.01.15 발행 [1695호]

 

 

 

 

겨울에 꽃을 본다는 건 가슴이 뛰는 일이나. 더구나 찬바람과 눈이 몰아치는 야외에서는…. 내가 사는 청주에는 눈이 내려 온 산이 흰색인데 ‘겨울꽃 축제’가 남쪽 섬에서 열린다기에 설렘을 가지고 전남 신안으로 출발했다. 겨울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고 또 그 꽃으로 매년 축제를 열고 있는 나무가 바로 동백이다. 한겨울 모두 동면으로 멈추어 있는데 동백은 붉은 꽃에 황금색의 수술을 멋지게 자랑하고 있다. 전남 신안에 위치한 1004섬 분재정원 애기동백 숲길이 바로 황홀한 동백꽃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올해의 축제는 12월 9일부터 시작했는데 1월 말까지 열린다고 한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한 나무이다. 차나무가 그렇듯이 잎은 늘 푸르고 두꺼우며 윤이 난다. 보통 많이 커야 10m 정도 자라는 나무이다. 나는 동백의 윤이 나는 잎을 볼 때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경대 앞에서 동백나무 기름을 바르고, 참빗으로 가지런히 머리를 넘겨 비녀로 꽃 던 모습이 떠오른다. 동백나무 열매는 당시 최고의 머릿기름이었다. 동백나무는 남녘에서 자라기에 그 기름을 구하기 어려웠던 곳에서는 어디서나 자라는 쪽동백이라는 나무의 열매로 기름을 내서 대신 썼다고 한다. 그런데 쪽동백은 동백과는 아주 동떨어진 때죽나뭇과의 나무이다.

 

동백꽃은 10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4월까지 핀다. 그래서 동백꽃이 겨울에 피는 꽃인지 봄에 피는 꽃인지 구별이 잘 안 되지만 동백의 동은 겨울 동(冬)이니 겨울꽃이라 해야겠다. 내가 본 신안의 동백도 12월에 만개하여 정원을 붉은색으로 물들였으니 가히 겨울꽃이라 해도 무방하다. 흰 눈이 양탄자처럼 뒤덮인 땅에 붉은 동백꽃이 떨어진 광경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다른 꽃과는 달리 동백꽃은 시든 모습이 아닌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이 떨어진 동백꽃 광경을 본 내 느낌은 아름다우면서도 비장하기도 하고, 또 왠지 가슴 한구석에 있는 슬픔이 올라오기도 한다.

 

동백나무를 얘기하면서 동박새 얘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동백나무의 꽃이 대표적인 ‘조매화’, 즉 새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되는 꽃이기 때문이다. 그 운반책이 바로 동박새이다. 동박새는 잡식성을 가진 새여서 거미나 진드기 같은 곤충을 먹이로 삼으면서도 동백꽃의 꿀과 열매, 매화꽃의 꿀을 주로 먹는다. 동박새가 동백꽃의 꿀을 빨아 먹을 때 부리나 깃으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동백나무와 동박새는 공생하며 살아간다.

 

동백나무는 쓰임새로 보면 줄기를 비롯해 꽃, 잎, 씨앗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나무이다. 앞서 말한 대로 열매는 머릿기름으로 쓰이기도 했고 또 천식을 치료했다고도 한다. 나무는 빗을 만들거나 다식판을 만들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동백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뛰어나 기후 온난화에 대처하는 수종으로도 적합하다고 한다.

 

겨울의 추위가 매서워진다. 그래도 이때 동백꽃을 구경하기가 제격이다. 앞서 소개한 천사섬의 동백꽃 축제도 1월 말까지 열린다니 남도 여행도 할 겸 꽃놀이를 가봄 직하다. 이외에도 서천 마량리의 동백정은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돼 있고, 여수 오동도의 동백숲도 명성이 높다. 완도의 동백 가로수, 거제도, 거문도, 온산 앞바다의 목도, 그리고 해남 대흥사 동백나무 숲도 볼만한 곳이라고 하니 겨울 추위에 꽃구경의 호사를 누려보면 어떨까.

 

 


 

신원섭 라파엘 교수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