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시인(완도) / 무너미
차고 넘치는 것들이여 내게로 오라
실개천으로 모여든 슬픔 하늘에서 내리던 눈물 한 곳에 고여 흐르지 못하고 터질 듯 넘실대는 호수여 높은 둑이 가로막고 있거든 내게로 오라
우당탕탕 벽력같이 내지르며 푸른 들을 끝없이 달리게 하리니 산 굽이 휘돌아 치며 바다까지 이르게 하리니
차고 넘치거든 우르르르 둑을 허물지 말고 내 등을 타고 넘어라 네 삶이 폭포수처럼 소용돌이 치리니
김영 시인(완도) / 추분(秋分)
여기까지다 푸른 시절의 끝은
지금부터 가장 고운 빛으로 단장하고서 피날레를 준비하는거야 너는 노란색으로 나는 빨간색으로 봄 날의 눈물 여름 날의 땀 잊지 않으마, 그 겨울의 한숨 때로는 아프기도 하였지만 괴롭기도 하였지만 단물에 잘못 뿌려진 소금처럼, 지금은 더 달콤해진 기억
이제부터다 가장 화려한 시작은
김영 시인(완도) / 어둠속에서
호수처럼 내려앉은 푸르른 어두움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고요 속에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본다. 땅거미 긴 산 그림자 같은 멍에를 내려 놓고 풍랑이 일다 간 패인 자락을 본다. 엉겅퀴 만이 자라던 척박한 터에 잠시 머물던 그대 타오르던 갈증에 서러워 하던 사슴의 눈망울이 거기 있었지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등대... 어디선가 빛이 오는 소리 그토록 찾아 헤메이던 것이 어둠 속에 있어서
-시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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