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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영 시인(완도) / 무너미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26.

김영 시인(완도) / 무너미

 

 

차고 넘치는 것들이여

내게로 오라

 

실개천으로 모여든 슬픔

하늘에서 내리던 눈물

한 곳에 고여 흐르지 못하고

터질 듯 넘실대는 호수여

높은 둑이 가로막고 있거든

내게로 오라

 

우당탕탕

벽력같이 내지르며 푸른 들을

끝없이 달리게 하리니

산 굽이 휘돌아 치며

바다까지 이르게 하리니

 

차고 넘치거든

우르르르 둑을 허물지 말고

내 등을 타고 넘어라

네 삶이

폭포수처럼 소용돌이 치리니

 

 


 

 

김영 시인(완도) / 추분(秋分)

 

 

여기까지다

푸른 시절의 끝은

 

지금부터

가장 고운 빛으로 단장하고서

피날레를 준비하는거야

너는 노란색으로

나는 빨간색으로

봄 날의 눈물

여름 날의 땀

잊지 않으마, 그 겨울의 한숨

때로는

아프기도 하였지만

괴롭기도 하였지만

단물에 잘못 뿌려진 소금처럼, 지금은

더 달콤해진 기억

 

이제부터다

가장 화려한 시작은

 

 


 

 

김영 시인(완도) / 어둠속에서

 

 

호수처럼 내려앉은

푸르른 어두움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고요 속에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본다.

땅거미 긴 산 그림자 같은

멍에를 내려 놓고

풍랑이 일다 간

패인 자락을 본다.

엉겅퀴 만이 자라던 척박한 터에

잠시 머물던 그대

타오르던 갈증에 서러워 하던

사슴의 눈망울이 거기 있었지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등대...

어디선가 빛이 오는 소리

그토록 찾아 헤메이던 것이

어둠 속에 있어서

 

-시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중에서

 

 


 

김영 시인(완도)

1957년 전남 완도 출생. 충남해양과학고. 고려대경영대학원. 고려대사회교육원<詩作과정>. 2005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現 한울재단 선임이사. <웰빙 포커스> 발행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부회장. 2008. 제2회 해양문학상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