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시인 / 부재중
꼬리를 보여라 옆구리를 꾹꾹 찌른다 나를 찾는다 나는 허풍에 대하여 화를 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키득’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쪽의 허풍들 호흡이 저쪽으로 날아갈 텐데 뜨거운 혀에 올려놓은 말의 모서리들이 녹아내릴 텐데 귀에 넘친 허풍들 귀에서 귀까지 귀를 막고 뛰어가면 세상은 온통 허풍 같고 허풍이 되지 못하는 나는 짧은 대꾸를 빌려온다 시작은 마지막을 모르고 마지막은 시작을 잊어버리고 다시 머뭇머뭇 발길질 사이로 손을 넣어보는 나를 찾는다
-시집 『반사거울』 중에서
김영 시인 / All fools' day
4월은 구름과자,그러니까 누군가의 귀를 향해 녹아내리지 섬세한 파문의 문양을 만들 거야 농담에 바짝 엎드렸어 감정을 솔직하게 요리해야지 고삐 풀린 말들을 내려놓아야지
희미한 밤 애기똥풀 눈처럼 우루룩 밀려올 때면 설탕을 발라 문장을 완성하지 내일은 말을 물어 나를 거야 불꽃을 감상해야지 캄캄한 입을 벌리고 마네킹같이 뒤꿈치를 들고 기웃거려야지
거짓말은 지독해, 숨소리를 내며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했지 이젠 바닥에 말들을 주워담아야 해
아직 얼굴에 살아있는지, 설탕은
손바닥으로 지워버려 거ㆍ짓ㆍ말 어디로 날아가는 거지 추잉껌을 돌려 씹으며 잇몸까지 드러낸 햇살 냄새나는 거짓은 빼고 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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