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규현 시인 / 우포 牛浦
하늘 잡아먹은 거울 거꾸로 선 나무들 혓바닥을 내밀고 뻘을 밀고 가는 쪽배 물 속 제 그림자를 본다
소를 빠뜨렸다 실수로 아니면 큰 비가 왔을지도 깊은 안개를 마시며 쟁기를 끌고 가는 소의 발굽이 깊다 납작한 사람들이 가라앉은 마을을 갈고 있다 뿌옇게 콧김이 물위에 번진다
끈적끈적 배를 밀면 언제나 뭍에 오를까요 옥수숫대 씹듯이 갈대밭을 바라보는 물에 갇힌 눈망울 해와 달이 번갈아 가며 빛을 뿌려도 보이지 않는다 매달린 것들은 엉덩이를 잡아끌고
뱃속으로 들어오는 습기 피거품 끓어 오른다 피떡이 뭉쳐져서 벌겋게 부들이 솟고
판바우와 바우덕이가 마주 보고 울면 연잎에 혓바늘처럼 누렇게 가시가 돋고 잉어가 울어서 왕버들이 머리를 풀었다지
울음 소리 들린다 검은 침 끈끈하게 고인다 소심줄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배로 밀고서라도 나가고 싶다 잔등에 갈잎 한 장 떨어진다
표규현 시인 / 체로키, 버림 받은
그 여자 찾을 길 없이 감감하고 간드러지게 넘어가는 웃음
가뭇없다 세상 여자 다 얻을듯이 객적게 굴더니 거덜난 사내 고샅길 내려올 때 는개 자욱히 내리고 세상 너누룩해지네 (두 개의 세상 하나로 합쳐질 때) 체로키는 여자의 배에 뱀가죽을 둘렀지 아기가 어서 나오라고 여자는 드세지고 남자는 물러지고 우리 언제 때깔나게 살아볼 날 있을까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날 기쁘게 해 줘요
필요할 때만 잘 해 주고 버리고 떠나니 어디 가서 말하기도 머쓱해 돈바람에 꺼지지 않는 명줄 부여잡고 남자는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기다려 난 심장이 하나뿐이야 가지 마 시간이, 거리가 우리를 떼어놓았나 이파리 비를 채운 겨울날 고조곤하다 술도 꽃도 다 독하고 슬픔을 업고 끄달리는 세상살이 가막살이 막걸리나 한 사발 안다미로 따라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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