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시인(담양) / 까치밥
늦가을 햇살 거푸 불러와 할머니는 감 너댓 개를 가지 끝에 다독였다
쪽마루에 앉아 푸른 산맥 굵은 손등을 만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시린 추위 치열해도 잘 버텨 줘야 해 허기진 까치가 올 때까지 알았제......’
텅 빈 하늘에 주홍빛 까치밥 자비의 눈빛에 반짝거렸다 온 마을 등불 같이 환히
노을 속 번져가는 할머니의 하얀 박꽃미소.
-시집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에서
김정원 시인(담양) / 비
수직은 곧장 수평이 된다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
-시집 『아득한 집』, 《푸른사상》에서
김정원 시인(담양) / 수선화
아직 뱀처럼 냉혈한 뜨락에 봄빛 날개 파닥인다 놀란 수선화는 사냥하는 사자들처럼 군데군데 몸을 웅크리고 앉아 굽어보는 내 동공을 과녁 삼아 늘씬한 화살을 쏘아 올린다 햇빛이 화살촉의 푸른 녹을 위에서 아래로 한 겹 두 겹 벗겨낼 때마다 정수리는 샛노래지고 껍질을 벗어날 때마다 맞닿는 꽃샘바람 세상은 아픔 덩어리지만 화개에 벌써 달려온 녀석은 속적삼 휘날리며 나풀나풀 춤추고 제자리에서 화려한 날을 꿈꾸는 자, 동그랗게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봄빛 날개 파닥이는 뜨락에 줄기는 꽃봉오리를 향해 말달리고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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