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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 시인 / 겔러리아 그림자들은 따로 이름이 없다 이파리들이다 소리 나는 방향으로 자라 바람이 불 때마다 기울어진다 햇빛에 닿지 않아 안쪽에 목질이 없다
나무를 그리다 이름을 붙이고 그림을 꿈꾸었다 그림을 믿고 집을 지었다 벽 뒤에 벽 문 문 뒤에 문을
추운 몸들이 자주 밟혔다 모래들이 그림자를 증명했다
모든 입술의 끝에서부터 공중이다 나는 내가 아닌 밖 모든 것이라고 쓰면 어떤 그림 멀리서 바라보면 아지랑이 다가가면 겨울 이름들이 쌓여 어떤 모양이 된다 낯선 나무다 나라고 믿는다
모래 날리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래가 바람에 사라진다는 이야기 더하거나 빼거나 나누며 자주 헤어졌으나 그 자리였다 열연을 했다 모래들이 내 목에 숨어들었다
내게 여름이 있었을까 나는 봐 버렸다 문 안쪽
한때 그곳에 가방과 옷을 걸었다 벽과 문 늘어나는 집이 화사해졌으나 봄이 지난 옷 여름이 지난 옷 옷들이 옷 속에서 점점 불어났다 몸에서 방부제 냄새가 났다
내 그림은 여기까지다 아직 물이거나 얼음 두 발로 서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림자는 직립을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고 할 때마다 공중을 배경으로 서 있다 공중으로 날아간다
시계는 늘 숫자들이 사라지는 곳을 가르켜 준다
류여 시인 / 내가 쥐고 있던 낯선
그러므로 날아오를 수는 없는 일 낱장씩 포개진 벽을 보고 있었으니까
집은 낯은 구릉 구름이 생기고 비가 쏟아지는데 기둥을 세우고 벽과 벽을 맞대어 안을 만들었다 가시거리가 생길 때까지
사람들은 그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게 감옥이었다
길이 이어지고 풍경이 생겨나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기둥이 비뚤어지고 안을 위해 밖이 생겨나고 밖을 위해 앞뒤가 생겨나고
수직과 수평이 맞닿을 때까지 집은 벽으로 이어졌다
벽은 꿈에 이르는 가장 더딘 시간
집은 벽에 기대 천정을 올리니까 공중에서 허물어지거나 목이 부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져도 벽들은 수평의 높이를 못 이기니까 층들이 생겨나니까
상층과 하층 안과 밖에서 집은 무언가 어떤 것
벽들의 모양은 집으로 증명되니까
전망 좋은 모양에 이르기 위해 벽돌 한 장이 버틴 시간으로 땅 위에 바닥을 만들고 방을 만드는 날림작업
날이 저문 땅 어둠이 오는데 이제 발등도 보이지 않는데
껍데기 딱딱한 벽들
그 안에 어떤 더운 것을 채우려 했을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듯도 했으나 모를 일이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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