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박이영 시인 / 불일암 오두막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14.

박이영 시인 / 불일암 오두막

 

 

홀로 피는 건

산수유만은 아니지

 

말없이 말하는 법을 터득해

가지 끝 바람을 다스리며

몸만큼만 짚고 서 있는 오두막

밤비 소리 가고

덜렁,

헝겊 같은 새 한 마리

구름보다 가볍게 날아가고

숨소리 사라진 처마 밑

고드름으로 목을 축여

풍경風磬소리 다독인다

매도 없이 종일 우는 산

온기를 놓고

서늘한 이마 장엄이 없다

붙잡아도

더 놓을 것 없는 불일암

천추의 부름으로

한 걸음 다시 내딛어

 

노을을 탁발하는

동백꽃이 뜨겁다

 

 


 

 

박이영 시인 / 꽃잎으로 해가 길어졌다

 

 

함박눈을 접어두고

달맞이꽃을 그리는 그녀

하늘의 안쪽까지 걸어

그 너머로 이르며

아픈 무릎 발코니에 세운다

 

동쪽을 터치하면

질량이 너무 가벼울까

풍경소리로 날아갈까

눌러담은

이 커다른 캔버스의 거리는

액자의 틀을 넘어서

밤을 쏟아낸 체취로 컴컴하다

 

일렁일렁한 것은

말하는 것에 존재하지 않고

 

무한이 매달린 동쪽으로

불 켜진 방 하나를

발맞이꽃 셰어하우스로 놓아도 좋을까

 

 


 

박이영 시인

2016년《예술가》 신인상으로 등단. 중앙대 예술대학원 창작전문가 과정 수료.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휴학 중. 동인지 『슬픔은 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