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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시인 / 갠지스 갠지스
늙은 새들은 밤에 어디로 가는 걸까 이빨 뽑힌 어둠이 연기처럼 풀어지고 있다 그림자의 혀가 붉게 매달려 있다 말라비틀어진 귤의 껍질처럼 변한 발목들이 춤을 춘다 손톱 밑으로 파고드는 노란 흔적을 화분에 심는다 한 줌의 물을 부어준다 발바닥을 타고 오른다 강이 맨발로 다가오는 새벽, 커다란 새의 흰 그림자가 허우적거린다 낯선 절규 같은, 문득 아침이 열리고, 사랑을 희구하다 죽 어가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쌀룩씰룩 꽃게 걸음이 되어 옆으로 걷고 싶었던 날들 중 하 루를 보고 돌아왔다.
조세핀 시인 / 동굴로 들어가는 거미
그가 있는 동굴에 들어서지 활자를 고치처럼 감은 거미줄의 동굴 속으로 나도 거미가 되어 누군가의 동굴에 들어선다는 건 위험한 동굴의 역사를 걷는 일이지 화석처럼 두꺼운 내가 잠시 말랑해지는 일이지 지금까지의 나는 거품으로 피어나고 열 손가락 지문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이지 지문의 내력을 알려는 일이 그리 간단치는 않겠지 낙수가 바위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거미집 같은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이지
내력을 알고 싶다는 간절함조차도 희미해지고 무뎌진 어느 날 헐렁한 기온으로 그의 곁에 가 있겠지 너무 슬퍼하지 마 한 마디를 건네면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혀를 감싸고 도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동굴 안 어딘가에 동그랗게 치겠지.
조세핀 시인 / 고양이는 이발소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사랑이야
미치지 않고 서로를 놓아버리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
수만 갈래로 흩어지다 다시 덩어리가 되는 물의 내력을 짚어 낼 수는 있을까
우리는 늘 낯선 이름으로 불리고 서로가 서로를 더 낯설게 바라보고 있지
서성거리는 주변 같은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액자 속에 담겨진 표정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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