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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세핀 시인 / 갠지스 갠지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19.

조세핀 시인 / 갠지스 갠지스​

 

 늙은 새들은 밤에 어디로 가는 걸까

 이빨 뽑힌 어둠이 연기처럼 풀어지고 있다

 그림자의 혀가 붉게 매달려 있다

 말라비틀어진 귤의 껍질처럼 변한 발목들이 춤을 춘다

 손톱 밑으로 파고드는 노란 흔적을 화분에 심는다

 한 줌의 물을 부어준다 발바닥을 타고 오른다

 강이 맨발로 다가오는 새벽, 커다란 새의 흰 그림자가 허우적거린다

 낯선 절규 같은, 문득 아침이 열리고, 사랑을 희구하다 죽 어가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쌀룩씰룩 꽃게 걸음이 되어 옆으로 걷고 싶었던 날들 중 하 루를 보고 돌아왔다.

 

 


 

 

조세핀 시인 / 동굴로 들어가는 거미

 

 

그가 있는 동굴에 들어서지

활자를 고치처럼 감은 거미줄의 동굴 속으로

나도 거미가 되어

누군가의 동굴에 들어선다는 건

위험한 동굴의 역사를 걷는 일이지

화석처럼 두꺼운 내가

잠시 말랑해지는 일이지

지금까지의 나는 거품으로 피어나고

열 손가락 지문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이지

지문의 내력을 알려는 일이

그리 간단치는 않겠지

낙수가 바위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거미집 같은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이지

 

내력을 알고 싶다는 간절함조차도

희미해지고 무뎌진 어느 날

헐렁한 기온으로 그의 곁에 가 있겠지

너무 슬퍼하지 마 한 마디를 건네면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혀를 감싸고 도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동굴 안 어딘가에 동그랗게 치겠지.

 

 


 

 

조세핀 시인 / 고양이는 이발소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사랑이야

 

미치지 않고

서로를 놓아버리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

 

수만 갈래로 흩어지다 다시 덩어리가 되는

물의 내력을 짚어 낼 수는 있을까

 

우리는 늘 낯선 이름으로 불리고

서로가 서로를 더 낯설게 바라보고 있지

 

서성거리는 주변 같은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액자 속에 담겨진 표정으로 말이야

 

 


 

조세핀 시인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본명: 조남희) 2016년 계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고양이를 꺼내 줘』가 있음.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