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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림 시인 / 너무 시끄러운 고독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글을 읽었다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나는 열린 출구를 보지 못한다 구멍에 쉽게 사로잡혀서
근원을 알 수 없는 불빛이 마을을 밝히면
사람들은 지팡이를 들고 걸어 나오고
밤은 추워서 지렁이와 뱀은 낮에 다닌다
눈을 감지 않고 천천히 기울어지는 그들은
음식을 봐도 침을 흘리지 않고 춥거나 더울 때 잠을 잔다
주름이 없고 마디가 굽지 않은 사람들은 넘어질 때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나뭇가지 같아
그보다 어린 사람들은 넘어져도 금세 펴지기도 하지
구겨진 자국 하나 없이
나는 흐리게 앉아 있다가 불빛이 작동되면 덩어리가 된다
비가 오거나 그친 곳에 고여 있기도 하고 안에 있는 것들과 휩쓸리기도 한다
이따금 땀을 참는 그들의 눈은 축축하게 읽힌다
우리가 눈 감았던 일들은 우리가 눈 감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으니
-웹진 『시인광장』 2024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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