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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승환 시인 / 목걸이 외 7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9.

임승환 시인 / 목걸이

 

 

어둠이 내려앉아도

추위가 몰려와도

내 목에 감긴 당신의 숨결로

나는 항상 평화로운 꿈을 꾸네

 

당신 내 가슴에서 미소 짓는 당신

당신의 미소가 내 삶의

내 삶의 모든 의미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당신을 바라보네

내 운명에 걸린 당신의 숨결

나의 빛나는 목걸이여

 

어둠이 내려앉아도

추위가 몰려와도

내 목에 감긴 당신의 숨결로

나는 항상 평화로운 꿈을 꾸네

 

당신 내 가슴에서 빛나는 당신

흔들리며 빛나는 내 삶의

내 삶의 모든 의미

나는 기쁨의 마음으로

당신을 바라보네

내 목에 감긴 당신의 손길

나의 빛나는 목걸이여

그 속에서 빛나는 나의 모습

나의 빛나는 목걸이여

 

 


 

 

임승환 시인 / 카지아도 정거장

 

 

바오밥나무에 기대어 너를 기다린다

슬픔이 촘촘하게 내려

양산인양 펼쳐진 바오밥잎 혈색이 파리하다

석 달 하루가 지나

모처럼 만에 울린 기적 소리가

눈물을 만드네

긴장이 삐죽삐죽 땀으로 흐른다

사막의 열기를 타고 미끄러지는 기차는

정차도 없이 덜커덩 덜커덩 칙칙

거친 먼지만 불러놓고

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닌가

눈동자를 가르는 검은 마스카라

가슴을 찔러온다

붉고 선명한 카지아도

사막에 내 발을 묶어

늙어서도 안돌아올지 모를 너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황학주 시인의 육필시집 <카지아도 정거장>을 읽고

*카지아도 정거장: 아프리카 케냐 남단 사막에 위치한 기차역.

 

 


 

 

임승환 시인 / 삶

 

 

쌩 하는 바람 소리

놀이동산 레인보우는 사람을 거꾸로 매달고

보는 사람, 타고 있는 사람

비명소리가 땅에 꽂히는데

2분 30초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항상 같은 자리

 

오늘을 산다는 건

돌아오는 문 나가는 문 모두 허공에 매달아

두 가슴으로 힘껏 밀어내다가

다시 잡아당기는 원심력 운동

 

 


 

 

임승환 시인 /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한숨 쉬지 말아요

메마른 땅에 홀로 당당한 나무 한그루

푸르른 잎으로 세상의 희망을 말해요

바람이 불고 눈보라 몰아쳐도

하늘 향해 뻗어 오르는 나무

세상엔 잠시 겨울이 왔을 뿐

푸르른 잎으로 희망을 얘기해요

바람이 불고 눈보라 몰아쳐도 걱정하지 말아요

나무가 푸르른 잎을 떨구고

메마른 가지를 드러내는 겨울

슬픔과 고통은 녹아내리고

기쁨이 될 거예요 봄이 오면

걱정하지 말아요 한숨 쉬지 말아요

당신이 사랑하는 저 나무처럼

당신도 그렇게 세상을 살아갈 거예요

아름다운 빛깔로 푸르른 나무가 되어

하늘 향해 뻗어 오르는 나무

세상엔 잠시 겨울이 왔을 뿐

푸르른 잎으로 희망을 얘기해요

바람이 불고 눈보라 몰아쳐도 걱정하지 말아요

한숨 쉬지 말아요 당신이 사랑하는 저 나무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푸르른 나무가 되어

당신도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아름다운 나무가 되어

 

 


 

 

임승환 시인 / 시인 윤동주

 

 

세상은 촛불마저 꺼진 어둠의 시간

나는 어찌 청춘을 노래해야 할까

말이 있어도 소리낼 수 없고

글이 있어도 문장이 될 수 없는

아! 암흑의 시간

별이 반짝여서 슬픈 밤이여

나는 외로운 사랑을 안고

밤 바람의 소리로 노래합니다

 

무한한 나의 공상

그것은 내 마음의 바다

상상은 자유로이 헤엄쳐 고통스러운 밤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는 나는

대한의 아들

죽는 날까지 부끄럼이 없기를

나는 노래하렵니다

파르르 떨리는 나의 청춘을

 

 


 

 

임승환 시인 / 오늘은 몇 시 인가요

 

 

기다린다고 말한 적이 없어

난 시계가 필요치 않습니다

혼자라도 좋아서 헐렁한 객석을 품어 안고

차갑게 다가오는 허공을 즐기고 있습니다

누군가 내게 노래하라고 한다면 그때

오래 기다린 종아리의 힘줄이

잘 조율된 현이 되어

내 시간의 반주가 되겠지요

 

밤마다 꿈틀거리는 건반들의 향내는

몇 시인가요?

피아니시모 뒤로 살아 꿈틀대는 원시림의 파동

무엇을 더 잃어야 나는 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나는 살아있나요

시간 너머에 있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살아있나요

시간 너머에 있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임승환 시인 / 어머니

 

 

햇살 좋은 주말에 사진 한 장 찍자 시는

내 어머니 목소리에 눈물이 달려있네

웃는 얼굴 화사한 얼굴만

남겨 주려는 고귀한 숨결

당신의 사랑에 내 몸은

울음바다가 되네.

 

사랑으로 안아주시고 기다림으로 길러주신

어머니의 향기는 해를 더해 깊어만 가는데

꽃분홍 어여쁜 어머니의 모습은

바람결에 사라지고

숨결 마디마디에 굳은살이 배어 있네.

당신의 쓸쓸한 음성

이제야 듣게 되는

어리석은 나의 가슴이여

어머니 나의 어머니

 

햇살 좋은 주말에 가족사진 찍자 시는

내 어머니 목소리에 쓸쓸함이 묻어있네

아들 얼굴 딸의 얼굴 보고픈 외로움 음성

당신의 배려에 내 몸은 안타까움이 되네

 

 


 

 

임승환 시인 / 홍의장군의 노래

 

 

나의 이름을 칭송하지 마라

임진년에 나 홀로 붉었더냐

진달래 철쭉 영산홍 자산홍

모두 일어나 온 산이

불 탓 듯이, 내 이름 위로

의병들의 선혈이 붉게 젖었다

백철쭉도 배경으로 섞여 있어 더욱

선명했다 강물이

어찌 왜구들의 피만 흘러 붉었겠느냐

그들도 나와 함께 싸웠고

내 명령에 죽었으니

장수의 죄는 공보다 높다

내가 산꼭대기에 있었다고 내 이름만 드높이면

어찌 그들 곁에 눕겠는가

진달래 철쭉 영산홍 자산홍

충익사 오는 길에 꽃들이 피거든

들어보라 의병들의 울긋불긋한 노래를

 

-시집 <노마드 사랑법> (2015)

 

 


 

임승환 시인

1968년 서울 출생. 세종대학교 졸업 및 同 대학교 대학원 졸업. 2008년 계간 《문학 . 선》으로 등단. 시집 『첨성대』 『노마드 사랑법』. 가곡집 『사랑의 노래』.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현 윤동주 서시 문학상 위원. 현 네오아르떼 부대표. 현 한국예술가곡연합회 작사가, 한국예술가곡 사랑회 작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