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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지아 시인 / 앵두와 몽롱과 비탈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10. 24.
이지아 시인 / 앵두와 몽롱과 비탈

이지아 시인 / 앵두와 몽롱과 비탈

 

 

기어이 시 대신 앵두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오랫동안 비열했고 피했고 응했다

 

기꺼이 신 대신 분비물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베란다에 만약이라는 화분을 키우며

 

줄기차게

 

세차게

 

소나기는 내 어깨를 자른다

 

 


 

 

이지아 시인 / 연합 인간

 

 

 날짜, 연도, 시세, 개뼈다귀 이런 걸 따지는 것도 관성이다. 이뿐인가. 공간, 인성, 사시를 찾는 건 어떠한가. 이런 걸 따지는 건 옳다. 나는 지금 장면을 잃어버린 삶, 털을 다 밀어버린 사자 인형, 시대를 주저하는 개수대 앞에 있다.

 

 부드러운 비누도 아니며, 시원한 냉소도 아니다. 냉수마찰을 좋아하던 총명과 청포도의 일생을 기억하고 있다.

 

 목적은 분명하지만 밝히기엔 아직 이르다. 생선탕이 끓고 있다. 눈알 빠진 생선 머리를 깊숙이 숨긴다. 겨울바람의 운명은 평생 제 눈알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이다. 창문이 깨질 것 같다. 사사감독은 열이 나고 얼굴이 붓고 가래를 뱉고 담배 피운다. 감독은 두 눈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니 그는 내게 혀를 깨물어 이번 작업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의 혀를 생선탕에 넣었다. "미소는 무지개 누구나 절실한 것 앞에서는 증명해 보이고 싶으니까.

 

 독기를 넘어서고 싶다. 증오스럽고 화나고 투쟁하는 그 모든 것, 도시의 우울과 혁명의 참혹함을 넘어, 잘린 수박을 다시 붙여볼 때 틈 없이 잘 붙을 수 있는 붉은 수박의 운명 따위를 찾고 있다. 또한 농촌의 우울과 여명의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잘린 수박을 다시 붙여볼 때, 틈 없이 붙어 있던 초파리알, 순식간에 알을 까고 나온 초파리들이 번영을 일으킬 때, 이것 또한 문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뒷다리를 긁은 생물학자. 나는 가끔 타인들의 꿈에서 알을 깐다.

 

 숨 쉴까?

 아침 요리는

 <드링킹 아침 마침 풍수지리>이시다.

 

 사사감독은 촬영 준비 중. 그는 어깨에 스크린을 달았다. 자유롭게 두 손을 쓸 수 있다. 두 발도 쓸 수 있다. 그는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내가 만든 요리를 앞에 놓으며 말했다. 쓸 만한 곡식이 없어서 살로살로대 뱀의 표피를 잘라 빻았다. 여전히 가솔린 향이 났다.

 

 아침 먹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내가 다 먹었다. 사사감독은 잘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내가 다 잤다. 사사감독은 계속 스크린을 닦고 있었다.

 할 말이 떨어져서 쌀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장소에서 쌀을 팔 농부는 누구인가. 살로살로대 뱀이 잡아먹은 휴먼 새를 관찰했다. 휴먼 새는 죽었고 점액질로 덮여 있었고 털이 없었다. 털이 없는 휴먼 새는 인간들을 사랑했다. 인간들을 위해 밤마다 인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휴먼 새는 휴먼 나무와 같이 살았다. 휴먼 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파리 털었다.

 이파리 무거웠다.

 이파리 지시받으며,

 상을 받으며

 존재하는 것들을 연민했다.

 휴먼 새는 휴먼 나무를 위해 죽음을 대신한다.

 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생물의 제외된 얼굴을 바꿀 수 있다.

 특별 식당 특별 병원 특별 도구

 휴먼 새의 얼굴을 고쳤다.

 휴먼 새의 얼굴을 문질러

 이파리로 만들었다.

 아름다웠음.

 그 과정은 마치 현대 무용 같았음.

 

 사사감독은 잠자코 촬영했다.

 우리는 실내에서 가까워졌다.

 나는 여기서 행을 나눌 것이다.

 

 사사감독과 시점에 대해 얘기했다.

 시점은

 몰래카메라.

 모든 것이 끼어들어도 된다.

 가령, 정치학과 사회학.

 사과와 참외의 관계는 사회학이고

 과일과 과잉은 정치학이라고 하자.

 사사감독은 그런데 개인적인 질문은 나에게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관점과 태도는 조심할 것.

 해결 방법만 필요한 것.

 개별적인 평가는 어진 것.

 

 건배를 하자고 했다.

 휴먼 새를 수술하면서 얻은 피를 마셨다.

 비처럼 투명하고 비냄새가 났다. 비를 못 본 지

 오래됨.

 고장 났다.

 안 고장 났다.

 수리 불가. 23세기는 첨단 기술과 첨예의 정신을 이루었으나 자연의 감성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무찌를 매일 먹었다. 경험은 겹치고 명기되며, 사사감독은 종이에 뭔가를 씀.

 

 


 

 

이지아 시인 / s#. 약국과 외계인의 상업 활동

 

 

의구심은 긴 흥정이 필요했다

나는 과학의 발전이 시의 발전과 동일하다고 생각,

인간의 발전이 비인간의 발전과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이 그 위에 있다

 

장면이 시작된다.

 

제로미로간파는

창밖을 보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겠지

 

Deep kiss

옳지,

난 얼굴을 구기며 춤을 춘다

두루마리 휴지 풀어서 몸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 모든 형식과 마음

자꾸 숨기면서 설정을 만드는

많은 분의 행동

획 내 이름 밑에

먼지

라는 타이틀,

깨어나는 게 부담이라면 빛 속에서 춤을 춘다

절도 있게 각을 맞추고

숨소리 낮추고 발을 높이 들어서

허리를 돌리고 어깨를 들어

눈을 내리깔고 춤을 춘다

가끔 연락이 없고 사람들이 죽는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어렵지 않게 작은 동작으로

어떻게든 살아서

 

Inside us there is something that has name,

that something is what we are

 

무서운 내 꼬리를 잡아

우리는 지금

떠나고 있다

 

내 이름은 렉,

신체 중 두 군데를 수술했다

인공 신장 키트를 삽입하고

그래 너는 바닷가에서

 

돌고래들과 사랑을 외치며

혁명과 상처를 증명하며

과거인

과거의 사람들은 지나쳐왔고

 

우리는 어떤 사명감도 없이

지구를 벗어나고 있다

지구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습니다

 

수진대교 밑에서

박카스 병으로 머리 맞았다

수진대교 밑에서

박카스 병으로 머리 때렸다

 

If I were inn gis shoes, I wouldn't go with thea to the dance party

 

뭐가 더 아픈가

 

허벅지에 호치키스 박았다

허벅지에 나무 심었다

팔뚝에 연필심 심었다

참았다

이제 새싹이 돋아

벌도 나비도 온다

 

발명품은 이름이 된다 선배들한테 배운 거

화장실

땅거미

지독히

감자칩

소금과

 

어떤 지적인가

 

아저씨가 너희 아버지 때렸다

아버지가 너희 아저찌 먹었다

꼬리 치지 마

그럼 꼬리 잘라

 

그것만 하면 된다

그럼 지옥이 끝이다

 

펜치를 갖고 와

컴퍼스는 안 되니

 

뭐가 더 낫지

엄마는 남자를 잘 만났다

 

서정은 마음이 편한가

감정을 다 보여줘서

서정찌 무슨 견과류인가

감정은

 

손을 들어

지갑을 가져오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센세이션 카네이션

머리를 밀고 연극부에 들어갔다

지구를 그렇게 시작했다

 

애국가 시험 보고 모국어 시험 봤다

나를 버린 엄마의 죄책감을 지워주려고

엄마 뇌에 침을 박았다

그때부터 생물학자 되었다

 

오토바이 타고 다리 아픈 애의 몸을 지나갔다

누가 시켰다

여기서 누가는 나다

기차 타고 다리 없는 땅을 버렸다

그곳에 다시 못 가겠어

 

약 올랐어

엿같애

열받아

 

It's time to stop your agonizing

 

약국이 아직 열었을 거야

약국에 가자

마지막 남은 곳에

약국은 지구에만 있어

 

제로미로간파는 구로역 간이 약국에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출세했다

 

 


 

 

이지아 시인 / 지점토

 

뭉게구름이 나눠 준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앉아서

버스 번호를 더하고 빼고

번호만큼 안아주고

도로는 질문을 모르고 새는 숲에 할 말이 있지만

지금은 이걸

키스 키스 파프리카 주황 노랑 아 아 나는

의자는 의지를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의자에 앉으면 눈물이 나서

우리 마지막은 왜 그리 작았나

생활의 안정은 시간의 정체를 따라 모든 정거장의 이름이 되고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 희미한 네 이마와 코와 볼이라는

작은 꼬마에게, 노선도에게, 노년에게 몇 분씩 나눠주고

 

 


 

 

이지아 시인 / 1인 판소리 곁에 작은 시

 

 

감동과 감촉,

감동은 속살에 속하고 감촉은 음,

음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싱크대 밑에서 스테인레스 냄비를 다 펼쳐놓고 두드리고 던지고 웅얼웅얼거린다 ㅋ피피피 ㄹㅎㅎㅎㅎ Wqqqqq ㅉ…

 

이렇게 상상해 보는 거 어떨까

조선시대 마당에 둘러앉아서 우유빛깔 아씨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이런 심정이지 않았을까요

혹은 담장 밑에

사과가 하는 말.

연노랑 나의 속살은 사각거리고 달콤하고

내 살을 내가 먼저 맛보네요

 

느닷없이 좌단을 시작합니다

<심술보 덧니>와

<심부름꾼 싫었니>의 논의는 펼쳐지고

흥미있게 우리는 아무나 이기기를 원한다

상황은 상황끼리 놀 테니

 

바깥은 느리고 우리는 바빠졌어

내일이라는 시궁창.

하지만 누구보다 내일을 사랑하는 나

이리 오너라. 여기서 엉덩이를 씻고 가요

 

역사가 기저귀를 벗는 날이 온다면 나는 더 바랄게 없겠어, 성화를 올리고 복을 칠 거야. 불안감, 죄책감, 비루함, 이런 아가들에게 색다른 이유식을 준비하겠어요

 

자, 1인 시위를 사작합니다

골동품, 별똥별, 순식간에 나는 억울합니다. 꼬집 어 주세요. 어떤 현실입니까

꽃길마차 사거리에서 선물 받은 소고기를 도둑맞았어요. 아니 더 정화하게 생사확인도 못했는데, 죽어버렸습니다. 그녀를 먹을 수 없어요. 불을 켜고 빛을 준비함. 그녀의 이름은 <채끝살> 나는 이 여인에 대한 사연을 시작해요

모든 순간이 완벽할 수 없는 것처럼 감정의 모피를 벗습니다

무엇을 숨기려고 이렇게까지 일찍 떠나버린 것일까요

계급주의 사망, 소시민은 분노합니다.

그녀의 계급이 좋습니다. 그녀의 소시민은 뽀로로와 거란족과 버릇없는 짱구와 내지르는 목소리,

대초는 작은 북을 치면서 작은 방에 들어갑니다

 

그녀의 육습은 민주적입니다

붉은 피를 흘리며 골방에서 꼼수를 아꼈습니다

산소를 모으는 심정으로 이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ㄹㅆㅆㅆㅆㅆ Lqqqqqqqq

어쩌겠어요

세상의 모든 첫 번째는 어리숙하기 마련이지요

 

 


 

 

이지아 시인 / 초록 방

 

 

 스무 살 내 피는 초록이었나.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지. 갈기처럼 두껍고 뻣뻣한 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면 초록 웅덩이가 생겼지.

 

 아침마다 전철을 타고 커피를 탄다. 털을 숨기며 상냥해지기

 

 야간대에 들어가서 다른 사자들과 만난다. 누가 더 위엄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여린 짐승을 가져야 하는지 의논한다. 몇 달 만에 집에 가면 어미는 얼갈이김치를 담그던 바가지를 던지며

 

 저 사자 같은 년

 

 굵은 소금을 뿌려도 순해지질 않아. 정맥 속엔 긴 실이 기어 다니고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을 안다. 나는 여섯 살 망원동 뒷방에 버려져 있었다. 어미는 나를 구했다. 어미는 함정이었지

 

 이 사자 같은 년

 내 방에서 나와

 

 


 

 

이지아 시인 / 현대성

 

 

 누나는 차분했다. 나는 열심히 비닐팩에 배즙을 넣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모자라니까 배즙에 다른 걸 한 방울씩 섞기도 한 대”

 

 누나는 나만 두고, 한 아저씨를 따라갔다. 나는 나무속에 들어갔다.

 

 누나는 내장산 단풍 구경을 하며 계곡으로 이리 저리 끌려다녔다.  아저씨는 낡은 모텔에 키를 꽂고 들어갔다.

 

 물고기 할래, 말 할래? 아저씨는 누나 등에 올라탔다. 누나는 아저씨를 태우고 거실을 빙글빙글 돌았다. 아저씨는 콧노래를 불렀다. 뭐가 불만야. 도대체. 뭐가 문제야. 썅. 내가 다 해준다고 했잖아.

 

 아저씨는 스탠드를 꺾었다. 누나가 맞을 때마다 전기 빠진 스탠드에서 황홀한 불빛이 튀어 나왔다.

 

 누나는 나무 구멍 속의 나를 봤다.

 “누나, 거기서 뭐하는 거야?”

 누나는 손가락으로 괜찮아, 재밌어, 하는 것처럼 오케이 신호를 보냈다.

 

 나는 구멍 속으로 아직 다 익지 않은 배 하나를 굴려 보냈다.

 누나가 조심스럽게 그 배를 잘 잡기를 바랬지만, 음 누나는 돌아서서 차분했다.

 

 나한테 집으로 돌아가 하던 걸 계속 하라고 했다. 나는 배즙을 포장했고, 누나가 돌아오면 시원한 즙 하나를 빼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지아 시인

1976년 서울에서 출생. 본명: 이현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 수상하며 등단. 2015년 계간지《쿨투라》 시 부문 신인상 수상. 극작가이자 시인. 시집 『오트 쿠튀르』 『이렇게나 뽀송해』. 2022년 박상륭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