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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하 시인 / 이름을 불러주세요
생강나무꽃 산수유꽃헷갈리신다고요? 그대와 내가 닮은 듯 다른 것처럼 저들도 그렇지요 꽃이라고만 불러도 즐겁지만 이름 한 번 불러주세요 계절마다 다른 얼굴 눈 한 번씩 맞추실까요? 저만치서도 한눈에 반가운 그대와 나처럼 정분나도 좋아요 그대의 이름을 불러서 나의 마음을 부릅니다 이 꽃 저 꽃 뭉뚱거려 제비꽃도 좋지만 남산제비꽃 흰뫼제비꽃 살뜰히 부르면 우리 서로 맑아지는 꽃이니 잘못 불러도 괜찮아요 "아무개야" 하고 부르면 갑자기 뒤에서 "네" 하고 대답하겠죠 만나면 이름 불러줄 그대 때문에 설레는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2021년 《리토피아》가을호 신인상 작품 중에서
신은하 시인 / 겨울
하룻밤에 한 번씩 부침개 뒤집듯 노릇노릇 붉어지더니. 다람쥐 밤 까먹듯 후두둑 떨어져 텅 빈 산
속속들이 발라먹은 전어가시 닮은 가지를 치켜든 나무들. 능선에 나란히나란히 얼음 서걱이는 동치미 바람을 쐰다. 시원하다.
신은하 시인 / 여름 이별가
여름내 지저귀던 소리 뚝 그쳐서 올려다보니 제비네 집 텅 비었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풀벌레 소리 찌르찌르 찌찌르 소슬바람은 살랑살랑 솔솔.
시끌벅적대던 바다 홀로 턱 괴고 앉아 무슨 생각 하시나 여름이 간 줄도 모르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노을에 젖는다.
신은하 시인 / 꽃길에서
조그만 꽃들이 떼지어 펼쳐놓은 파란 비단길입니다 짓눌러 뭉개질까 걱정하다 얼결에 밟혀도 맑게 웃어요. 덕분에 그 아이는 시인에게 이쁜 이름 하나 더 받았죠. 상쾌하고 앙증맞은 표정에 씨앗 모양도 정감 있어요. 원래대로 개불알꽃으로 부를까 꽃은 그냥 실실 웃어요. 새로운 이름 봄까치꽃으로 부를까 꽃은 그저 웃지요. 아무도 탓하지 않고 오직 꽃 피우고 씨앗 여물어요. 하루도 쉼없이 오늘도 파란꽃으로 융단을 깔았어요. 나는 또 돌아갈까 즈려 밟을까 망설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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