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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낙봉 시인 / 잡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6.
이낙봉 시인 / 잡념

이낙봉 시인 / 잡념

 

 

(새를 잡았다

잡았다고 생각한다

잡았다고 생각하면서 놓아준다

놓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아흔 두 계단 내려와 담배 피우고

아흔 두 계단 올라간다,

한 시간에 한번 씩 반복한다.

 

(새를 잡았다

잡았다고 생각한다

잡았다고 생각하면서 놓아준다

놓아주었다고 생각한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목구멍 깊숙이 새를 넣었다 토해낸다,

계단을 오르면서

목구멍 깊숙이 새를 넣었다 토해낸다,

 

 


 

 

이낙봉 시인 / 공복의 카피

 

 

선풍기가 돌아간다.

 

너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나는

사람이라고 한다

 

선풍기가 돌아간다

 

너는 노래라고 하는데 나는

놀이라고 한다.

 

"시는 언어 영역에서 이미 선이다"*

 

나는 즐긴다고 하는데 너는

질린다고 한다

 

공복의 커피

공복의 카피

 

선풍기가 돌아간다.

 

*돈연, 시와세계. 2007년 여름호.

 

 


 

이낙봉 시인

1956년 춘천에서 출생. 198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내 아랫도리를 환히 밝히는 달』 『돌 속의 바다』 『다시 하얀 방』 『미안해 서정아』 『폭설』 등. 현재 반년간지 '이상'의 발행인과 주간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