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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희봉 시인 / 감 꽃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6.
유희봉 시인 / 감 꽃

유희봉 시인 / 감 꽃

 

 

어제는 구름 낀 하루

왼 종일 비가 오더니

오늘은 바다 빛 하늘

 

따스한 햇빛을 밟고

숲 속을 걸어서 가면

부르는 산새들 노래

 

목에 걸고 하나 둘

따먹던 감 꽃의 추억

꼴 베러 가는 머슴아이 콧노래 소리

 

음매 엄매 우리 엄니 찾는 송아지

우리 엄니 찾는 송아지

동네 어귀앞 산자락에 걸친

산자락에 걸친

 

무지개 빛 감나무에

감나무에

꿈이 피고 지고 파란 새끼 감 하나

 

팽이 되어 돌다

황혼 빛 물 드는 감 꽃

물 드는 감 꽃

 

 


 

 

유희봉 시인 / 찔레 꽃

 

 

피는 삼투압 현상에 빨려가고

처음 만나본 그 여인의 몸에서는

한 여름 날 찔레꽃처럼

짙은 유황냄새가 불을 당겼다

 

깎아 자른 절벽 한치 옆 비껴서면

그대로 녹아버릴 뼈 한줌

흐르는 유황천 온천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인들 손짓

 

통째로 삶아지는 새알들

의식의 흐름이 막혀버린 몸체

벗겨지는 껍질 옷자락 따라

목마름에 구름보다 가벼운 물

 

하늘은 맑고 땅은 어두운데

눈빛 뜨거운 그녀의 불길은

내 손등으로 타올라 살 속에

남아도는 한 방울의 물

 

잿더미처럼 사그라진 근육

아직도 감도는 그녀의 열 기운에

형태가 정해있지 않는 물과 불

천국에서는 불이 곧 물이라고 하네

 

 


 

유희봉(庾喜鳳) 시인

1948년 전북 고창 출생. 호서대학교 벤처전문대학원 경영학 박사.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여명의 내일』 『녹슨 안경을 닦으며』 『작은 초가집 주인이 되고 싶어』 『유황불』 『꽃처럼 나무처럼 살며 사랑하며』  등. 산문집 『행복한 샘물』. 시 창작집 『시를 써야 미래가 산다』. 국무총리상, 대통령표창, 녹조근정훈장, 예술총연합회상, 국제교류문학상 수상. 현재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겸임교수, 수원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