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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채 시인 / 바람이 하는 말
물은 끊임없이 흘러도 소리 없이 흐르고 나뭇가지는 바람에 흔들려도 제자리를 지킨다
해 와 달은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고 강물따라 흐르고 흔들려야 꽃이피듯 시인은 외로와야 진주 같은 시가 나온다
깊은 산 속에서 목어처럼 흔들러야 참 시인이리
묵묵히 겨울강을 밟으며 서릿발 위로
걸어가는 시인이
참 시인이리
정공채 시인 / 빛나는 약장수
서출동류수(西出東流水) 으뜸가는 상수(上水) 끼고 맑고 밝게 살았던 사람들 하나 둘씩 멀리 멀어져 가고 이름도 없고―
배불리 왁자하게 떠들며 어이, 와아! 들게 들게, 마시게, 먹자골목에 먹자골목에 냄새도 지독한 여보, 으응! 얄궂은 꽃도 더럽게 피어솟고
구역질을 참고 몇 번이고 참고서
제법 옛날에는 서출동류수 가까이 살았던 나는 이런 세상에서 뭘 하겠노! 어디 가서 말똥을 잔뜩 줏어 은박지에 싸서 묘약(妙藥)이 왔다! 그런 데 참 좋은, 왔다가 왔다!
서출동류계(西出東流溪) 사라진 지 오래고 하다못해 잡동사니 명리(名利)의 끄나풀 하나 못쥔 못난이 말똥이 다 떨어지면 산자락 황토 캐내
빛나는 은박지에 다시 싸서 천하(天下) 명약(名藥)이 왔다! 왔다가 왔다! 묘약이 왔다! 귀가 번쩍 뜨이는데 먹자골목 사내계집들 어찌 안올꼬― 어찌 많이 안올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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