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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광수 시인 / 사라의 법정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0.
마광수 시인 / 사라의 법정

마광수 시인 / 사라의 법정

 

 

검사는 사라가 자위행위를 할 때

왜 땅콩을 질(瞳) 속에 집어넣었냐고 다그치며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고 애쓰며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냐고 따진다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

또 왜 아들 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

 

 


 

 

마광수 시인 / 사랑에 관한 단장斷章

 

 

사랑은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핥고 빠는 것’

 

사랑은 ‘영혼의 대화’가 아니라‘

SADO - MASOCHISM의 대화’

 

사랑은 ‘정신적 신뢰감’이 아니라‘

육체적 재미와 쾌락’

 

최고의 사랑은 ‘세찬 정력의 삽입성교’가 아니라‘

삽입성교를 싫어하는 변태끼리의 관능적 유희’

 

 


 

마광수(馬光洙) 시인 (1951~2017)

1951년 경기도 발안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3년 윤동주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197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89년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문학사상》에 장편 '권태'를 연재하면서 소설가로서 활동 시작. 장편 『즐거운 사라』로 인해 구속되고, 교수이던 연세대학교에서도 직위해제를 당하지만 복직됨. 2017년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