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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균원 시인 / 천국식당
입도 크고 엉덩이도 크다 식당이 좁다고 그릇이 작을까 허기가 깊으면 퍼 올린 국물이 넘치기 마련 나이 들수록 더 진해지는 립스틱 젓가락에 말린 비빔국수 고추장도 붉다 발 뻗고 속 편한 게 특선 메뉴 체면보다 식욕이 더 비싸다 물은 알아서 공급 반찬 추가는 말해 무엇하랴 수제비에 눈물 채 마르지 않은 양파가 가득하다 아줌마 입소문이 밑천인 이곳 나 좀 봐 달라고 나서는 이 없는 이곳 김밥처럼 속을 말고 드러누울 일이다 토 달지 말고 맛있게 먹을 일이다 땀나는 식당에선 때로 더 열심히 더워질 일이다
-시집 <딱따구리에는 두통이 없다>
양균원 시인 / 마조히스트 사랑
어서 오라 미물의 기척으로 다가와 상실의 종량에는 변동이 없게 내 피를 빨아라, 동거자여 가청범위 귓전 반경 1센티 체류시간 2초에서 3초 살갗의 숨결로 기다리고 있다 나설 듯 나서지 않는 날갯짓 흔적 없이 증발하는 무지개 분무 그러다 귓전에 고이는 구불구불한 골목길 고요 불현듯 불을 밝히면 넌 필시 침상 가까운 벽에 붙겠지 난다는 것은 눈길을 끄는 것이므로 공간의 일부로 물화하겠지 세상이 널 주목하지 못하게 너마저 널 느끼지 못하게 정물에 머물겠지 동거자여, 사냥꾼이 노리는 것은 너의 바로 그 은신술 성급히 다가가지 않는다 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의 살기가 필요한 때 망설임 직전에서, 후려친다 불면의 벽에 새겨지는 건 내 심장이 너를 통해 우주에 내보내는 또 하나의 선홍빛 획 동거자여, 모쪼록 다시 만나자 상흔의 가려움만이 우리의 짧은 동숙을 기억할지라도 흡혈은 황홀한 것이니
-『문학청춘』 (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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