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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심 시인 / 씨, 질감의 기억 외 1편 이은심 시인 / 씨, 질감의 기억 평생이 떨어지는 연습이다 멍이 들면 틀린 것이다 열의 아홉까지 차오른 마음이 바투 잡은 손잡이를 단숨에 밀고 들어왔을 때 씨는 처음으로 저를 돌려 깎는 과도를 본 것인데 경우 바르게 그때 뱉어낸 씨를 발목 좌우에 묻었다고 몰아치는 빗발에 꼭지가 도는 저녁 여덟 시도 멍이 들면 다 들린 일이다 봄에 씌워두었던 봉지를 벗기기 시작한 건 뉴스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각자의 방에서 숙성되기를 기다리는통째 아삭한 연애의, 죄를 내가 다 받을 것이다 설익은 뺨을 덥석 베어 무는 설레임은 두 사람이면 꽉 차고 휘파람을 불어넣는 대로 대화에 침이 고인다 첫 마음의 솜털을 밀고 정수리에서 무려 분홍까지 딱 한켜 부족한 향기 때문에 던지면 광주리 밖으로 떨어지는 빠듯한 풋것 몇 번을.. 2022. 10. 1.
김영찬 시인 / 장 지글러* 외 1편 김영찬 시인 / 장 지글러* 칼람파 라는 리마의 빈민촌에서는 오후 5시 반에해가 진다키가 덜 자란 아이들은 이른 저녁밥을먹는 둥 마는 둥 주린 배를 웅크리고 그믐달처럼 잠이 든다 꿈속에서 아이들은 이스트에 부풀어 오른 옥수수빵과갓 구워 토실토실 혀에 감기는햇감자를 실컷 먹다가남겨도 된다 콩고의 마니에마 주州 비켄게 광산에서는 걸핏하면갱도가 무너져 몸뚱이를 가두는부실한 잡생각마저도 오도 가도 못하는허다한 밤 언제쯤 꿈과 꿈의 연결고리대양으로 불어 닥칠 무역풍이 돛을 밀어 길 밖의 길맘과 맘의 내륙까지 예지몽豫知夢을 잇댈 것인가 *Jean Ziegler:불의의 자본구조를 목숨 걸고 고발한 지식인.『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등을 저술. 계간 『미네르바』 2022년 봄호 발표 김영찬 시인 / 썸머타임 프리.. 2022. 10. 1.
[글로벌칼럼] (110) 8월에 열린 추기경회의의 의미 [글로벌칼럼] (110) 8월에 열린 추기경회의의 의미 로버트 미켄스 가톨릭신문 2022-09-25 [제3311호, 6면] 전과 달리 8월에 소집된 회의 사임 등 깜짝 발표 전혀 없어 새 교황령 위한 자리였다지만 다음 교황 식별했다는 관측도 나의 직감은 틀렸다. 인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례 없이 8월에 소집한 추기경회의에서 깜짝 발표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8월 29~30일 열린 회의에서 교황은 교황직 사임에 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사도좌 공석과 콘클라베시 필요한 절차를 개선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8월 2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20명의 새로운 추기경 서임식 외에 전 세계에서 모든 추기경들을 소집한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그리고 교황은 왜 이탈리아와 대부분의 유럽에서 여름휴가를 보.. 2022. 10. 1.
유진 시인 / 원초적 본능 외 1편 유진 시인 / 원초적 본능 이른 새벽 새파랗게 어린고양이가 담위에 엉거주춤 앉아나를 살핀다 현관문을 열려다 엉거주춤나는 고양이를 살핀다 배운 일 없고 가르쳐준 일 없이도이미 알고 있는 길,그 길을 더듬고 있다 잠깐의 경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과 모자람의 여백 안에두근두근 살고 싶어지는 유진 시인 / 동백 그늘 그녀에게 덤적 손잡힌 곳은 향일암 돌계단이었다 단 한 번 제자의 속울음이 내 자취방을 밤새 적시고졸업장 찢어버린 열아홉을 소금에 절이고산부인과를 나오며 그 의붓아버지를 수백 번 죽이고짜디짠 젓갈에 고춧가루 범벅인 가슴을 함께 비볐던 붉은 물 떨어지던 은닉은단단한 몇 겹으로 재포장 되었다 잎자루 없는 줄기를 감싸지도 않고 주름진 양면 잎 잘 키운 갓처럼 서늘한 바닷바람에 행궈가며,일찌감치 사는 법을 .. 2022. 10. 1.
고미경 시인 / 바이올렛 외 1편 고미경 시인 / 바이올렛 마음이 식었다는 말은 하지마 너무 슬픈 말이잖아소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몽골가젤처럼 냅다 뛰었죠 앞머리를 말았던 빨간 구르프야, 입술에 촉촉하게 와 닿던 딘트야, 함께 음악을 듣던 이어폰아, 울음을 참아줘 제발 제비꽃이 피어난 봄날소년은 소녀에게 고백했었죠중력을 벗어나고 싶은 오토바이가 있어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구 밖으로 달리고 싶어너를 옆구리에 꿰차고 멀고 먼 안드로메다로 떠나고 싶어 패밀리 마트에서 삼각 김밥과 바나나 우유를 나눠 먹으며소년과 소년은 식구가 되었죠작은 시냇물처럼 밤새 흘러갔죠 텔레비전 화면 속 고속도로에는 전복된 탱크로리거짓말을 해버린 소년도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어 마구마구 달렸죠 쓰러진 배달 오토바이패대기쳐진 그릇들바닥에 차갑게 식어가는 붉은 국물 영.. 2022. 10. 1.
정재리 시인 / 영 외 1편 정재리 시인 / 영 혼자가 있었다 혼자가 여럿 있었다 한 바퀴 여러 바퀴 빙빙 도는세마젠*은 마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앞섶을 꼭꼭 여미었다 짙은 눈을 내리깔고 펼쳐지는 반달 같은 흰 스커트 자락보다검정 구두 흰 속바지에 눈길이 가고 그 속까상상해 보는 나는혼동되기 쉬웠다아무 날짜 아무 피리 소리 아무 뜻 아무 이별 아무 인샬라점점 빨라지는 속도로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고 돌아도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오른손을 올리고 흑해는 멀고 아름다워 손가락으로 짚어 보며타오르는 이스탄불의 밤 관객들은 라크 술잔을 들고 하나같이 치~즈모르는 사람과도 건배하는 지하 동굴 카페는 입구와 출구가 다른 구조 출구로 사라진 사람이 입구로 돌아오다 길을 잃고회전은 완성되지 않는다 꽃잎과 기억과 멀리 물고기 냄새와 품속과 다시 혼자 영.. 2022.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