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9255 공광규 시인 / 별 닦는 나무 외 6편 공광규 시인 / 별 닦는 나무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는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 2025. 6. 21. 김남조 시인 / 약속 외 5편 김남조 시인 / 약속 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 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 2025. 6. 20. 박서영 시인 / 의자 외 5편 박서영 시인 / 의자 헝겊 인형을 주워왔다 의자에 앉힌다 나는 1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인형이 사라지면, 사라지면 사라진다는 것은 그다지 멀리 가는 게 아니다 인형이 의자에서 떨어져 내 .. 2025. 6. 20. 김윤이 시인 / 불이 외 5편 김윤이 시인 / 불이 한참을 나 꿈 이쪽에서만 열심히 살았지 하릴없는 이 밤 눈은 사람 마음쯤 예사로 알아 강우로 어지럽히며 닥쳐오더니 오층 삘딩의 높이로 차차 오. 꿈아. 사라진 전부는 쌀알처럼 투명한 광채를 발했네 질끈 묶여 있었나 풀려난 빛살이 천방지축 날쌔고 곤두박질쳐서 말야 잊겠다던 난 널 눈. 사람. 이라 정했지 춥고 쓸쓸한 대로 위안이 되었네 눈앞에 없는 너는 부당하단 표시로 반벙어리인 양 꿈쩍 않을 .. 2025. 6. 20. 강연호 시인 / 틈 외 5편 강연호 시인 / 틈 그래요 옷깃만 스쳤던 거예요 이 난데없는 격렬함은 말하자면 일종의 나비 효과 같은 것이겠지요 나비 한 마리의 팔랑거림이 태풍이 될 수도 있다지요 그 역도 성립하겠지요 곧 가라앉을 평지풍파 앞에서 .. 2025. 6. 20. 신철규 시인 / 약음기 외 9편 신철규 시인 / 약음기 밤이 깊을수록 맞은편 섬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구겨진 모자 같은 엎드린 수도승 같은 탁한 물이 섬과 섬 사이를 느리게 금슬거리고 있다. 멀리 섬과 섬을 잇는 다리의 불빛은 한밤중에도 꺼지지 않는다 물에 비친 불빛이 막대 형광등처럼 물 아래.. 2025. 6. 20. 성향숙 시인 / 오후의 언덕 외 6편 성향숙 시인 / 오후의 언덕 오늘의 종착지는 언덕입니다 애프터눈 티 카페, 오후만 존재하는 계절 삼단 접시의 휴식이 나오고 나는 차근차근 올라가 언덕의 체위를 호흡합니다 하이힐처럼 우뚝 흥겨운 바람입니다 수다 떨기 좋은 이파리와 노랑국화가 흘러가는 언덕, .. 2025. 6. 20. 박남철 시인 / 진실 외 6편 박남철 시인 / 진실 사랑하는 그녀가 말했다. "저, 통신에서 대화하다가 간혹 이상해질 때도 있으면 통신 끊고 들어가서 '자위'......해요......" 내가 담담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응......" 순간적으로 너무나 환하다 싶은 말이었지만 나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2025. 6. 20. 강미정 시인 / 꽃그늘 외 5편 강미정 시인 / 꽃그늘 꽃이 지고 있는 나무 그늘에서 아이는 내 무릎을 베고 잠들었다 왁자하게 술렁이던 꽃나무는 적막이 한 그루다, 천천히 한 장을 내려놓고 두 장을 내려놓다가 후루루, 빠르게 다 내려놓는다 .. 2025. 6. 20. 이돈형 시인 / 성인식 외 5편 이돈형 시인 / 성인식 우리는 부를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 낡고 허름한 방으로 들어갔다 낡고 허름해서 해야 할 고백은 쉬웠는데 담배를 끼고 있는 손가락으로 유사한 호칭들만 생겨나 사람의 맨 처음 심장을 건너온 말로 가득한 벽에 기대어 있다. 자꾸 멀어지는 호칭을 사이에 두고 누워 아무리 생각.. 2025. 6. 20. 김제김영 시인 / 사막 책방 외 8편 김제김영 시인 / 사막 책방 의례적인 간을 치지 않아도 되고 그의 실패에 내 실패를 버무리지 않아도 된다 이력을 몰라도 상관없고 애써 잔뿌리를 다듬을 필요도 없다 바로 한통속이 되기도 하고 언제든 돌아서도 된다 .. 2025. 6. 19. 박성현 시인 / 수집가 외 6편 박성현 시인 / 수집가 문은 촛불을 끈다. 촛농이 아리나발마(阿離那跋摩)의 모래 가득한 짚신에 떨어지기 전이다. 화첩의 은유는 고집스럽다. 문의 가죽장갑은 영하의 입김 속에서도 그 사실을 기억한다. 무소의 뿔이 발톱을 찢는 소리가 목록에서 새어나온다. 수타니파타를 감싼 붉은 양피(羊皮)에 혓바닥을 댔을 때, 수많은 탁류가 국경을 가로질렀다. 도서관 지하창고에 .. 2025. 6. 19. 이전 1 2 3 4 ··· 41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