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일반게시판

[스크랩] 어버이 날이면 생각나는.....

by 파스칼바이런 2007. 5. 8.

어버이 날에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지만, 기억해야 할 부모님께서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시고 이제는 내 자신이 어버이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약간 어색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건, 세월의 흐름 속에 자신이 그만큼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어리석은 미련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며느리가 달아주는 카네이션 한 송이가 찡한 옛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오래 전 저희 어머니께서 생존해 계실 때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이 전해주는 카네이션을 소중히 간직하시곤 하셨습니다.

 

당시 어버이날 사용하던 카네이션이라야 생화도 아닌 100원짜리 조화였지만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에게 교육적인 의미로 엄히 따져 보셨던 것 같습니다.

 

어느 어머니 날.(당시는 어버이날이 아닌 어머니 날이었음)

직장에서 퇴근하여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머니 날을 그냥 넘길 수 없어 영등포에서 전농동까지 버스를

타고 늦은 시간에 어머니를 찾아 뵈었습니다.

당시 저는 결혼하여 아현동에 따로 살고 있었기에 어머니를 자주 찾아 뵙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길거리에 널려져 팔던 조화 카네이션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과일들을 사가지고 어머니를 찾아 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꽃을 준비 못한 내게 못내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

 

당시 표현은 안 하셨지만 그에 대한 어머니의 무언의 시위는 1년이나 갔습니다.

그것은 달력에 누나와 동생에게서 받은 카네이션을 붙여 놓고, 그 아래 이름까지 써 놓으셔 서 내 이름과 꽃이 빠진 달력을 볼 때마다 나는 죄스러움과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비록 100원짜리 조화 카네이션이지만, 어머니께서는 어머니 날을 기억해주는 자식들이 되어 주기를 바라셨던 것입니다.

 

모두 하찮은 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후로 나는 어버이날이 오면 미리 카네이션을 준비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카네이션을 챙겨 드려야 할 어머니도 안계시고 꽃을 받는 입장에서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어버이 날에는 자식들로부터 꽃 한송이를 받음으로써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관심을 챙겨보고 싶습니다.

 

자식을 기르며 자식 위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의 부모들에게 효자는 부모가 만들어서 효도 받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자식들에게 부모에 대한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사양하거나 거절 또는 눈감아주는 일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관심을 갖도록 가르치고 그 자식들이 관심을 표해올 때 자연스럽게 당연히 그 사랑을 받아 챙기는 것이 자식들을 효자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엊그제 큰 아이네가 일부러 대전에서 먼 길을 찾아오겠다고 하였을 때, 집사람은 말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물론 매일 몰라보게 자라나는 손주 수민이가 보고 싶은 때문이기도 하였겠지만......

 

2007. 5. 8 (화) 어버이 날에

출처 : 추억의 유니가동
글쓴이 : 평화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