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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 성 예로니모

by 파스칼바이런 2009. 10. 21.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 성 예로니모

손에 성서가 들린 채 잠들도록 하시오

 

 

본문/ 히에로니무스의 ‘편지’에서

 

히에로니무스가 전하는 수도자들의 삶, 그리스도인의 삶!

 

그대의 동료 동정녀들이 단식으로 얼굴이 수척하고 핼쑥하기를 바랍니다.

오랜 세월 꾸준히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동정녀들은 날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어디에서 양떼를 치고 계시는지, 대낮엔 어디에서 쉬게 하시는지 제발 알려주세요』(아가 1, 7).

 

또한 동정녀들은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필립 1, 23)라고 진심으로 말해야 합니다.

 

그대들의 배우자이신 그리스도를 닮아, 『부모에게 순종하도록 하시오』(루가 2, 51).

 

밖에는 아예 나가지 마시오. 순교자들의 도움을 찾고 싶거든, 골방에 들어가 찾으시오.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갈 일이 생기거든 나가도 좋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핑계를 대서는 안 됩니다(「편지」22, 17).

 

음식을 절제하여 허기진 채로 기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에 부담이 될 정도로 음식을 많이 먹어서도 안 됩니다. 포도주는 절제하면서도 음식은 절제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많습니다.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한밤중에 일어나 기도하러 갈 때 숨이 가빠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밤에 일어나 기도하러 갈 때 허기져서 숨이 가쁜 게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자주 성서를 읽고 모든 것을 배우시오. 그대의 손에 성서가 들린 채 잠드시오. 잠들 때에는 거룩한 말씀이 그대의 머리 속을 사로잡도록 하시오.

 

음식을 절제하고 날마다 단식을 하여 심신을 맑게 하시오. 이삼일 단식하고 나서 단식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포식을 한다면, 그런 단식이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편지」22, 17).

 

해설/ 성서 모르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

 

고대교회의 교부들은 대부분 사제생활보다도 수도생활을 더 열망했다.

수덕생활의 수호성인인 히에로니무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사제서품을 한사코 거절하다가 사제가 된 뒤에도 계속해서 수도생활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나서야 사제품을 받았다.

교부들이 이처럼 수도생활을 더 간절히 원했던 이유는 박해가 끝난 뒤에, 순교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길이 수도생활과 동정생활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순교와 동정생활의 관계에 관해서는 암브로시우스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동정생활이 찬양받는 이유는 순교자들 안에서 동정생활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동정생활 자체가 순교자를 만들기 때문입니다』(암브로시우스, 「동정녀」 1,3,10).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대교회 신자들은 수도생활과 동정생활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르고 하느님과 일치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는 히에로니무스의 글에서, 수도생활과 동정생활 자체가 하느님과의 일치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동정생활과 수도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날마다 단식과 절제된 삶, 기도를 통해서 수도자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곧, 밤 기도를 더 잘 하기 위해선 음식을 더욱더 절제하여 몹시 배고픈 상태로 만들고, 성서를 자주 읽고, 성서를 읽다가 잠들고, 잠들었을 때에도 성서 말씀이 머리 속에 가득 차있으라는 것이다.

고대교회의 수도자의 삶과 우리의 삶을 비교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너무 안이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쯤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히에로니무스의 충고에 따라 산다면, 우리도 고대교회의 순교정신과 수도정신을 이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성서를 연구하고 번역한 히에로니무스! 그리스어로 된 신·구약성서를 쉬운 라틴어로 번역하여 「불가타 성서」(대중성서)를 우리에게 남겨준 위대한 성서학자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데 성서공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 그럼 그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들어보자.

 

『늘 성서를 읽으십시오. 아니 당신 손에서 성서가 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편지」 52, 7). 『성서를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지혜가 그대를 사랑할 것입니다. 성서를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성서가 그대를 보호해 줄 것입니다. 성서를 흠모하십시오. 그러면 성서가 그대를 감싸줄 것입니다. … 그리하여 그대의 혀는 그리스도 외에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거룩한 것들이 아니라면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을 것입니다』(「편지」 130, 20). 『성서를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이사야서 주해」서문 1, 2).

 

히에로니무스의 이 같은 충고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심금을 울리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교부들을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교부들에 대한 지식을 하나 얻는 것이 아니다.

교부들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신앙의 가르침과 지혜와 열정을 배우고, 때로는 교부들과 신앙의 길을 함께 가면서 그들의 삶을 닮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읽을거리 : 『내가 사랑한 교부들』(분도출판사 2005)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 · 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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