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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by 파스칼바이런 2011. 8. 6.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마태오복음 15,21-28>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당신께 다가오는 가난한 처지의 여성들, 병자들, 고통 받는 사람들을 한 번도 외면하지 않으시는데, 오늘따라 당신께 애원하는 한 여인에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십니다.

그것도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방인들을 무시할 때 했던 ‘강아지’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시면서 말입니다.

 

신비 신학자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이렇게 말하였지요.

“우리가 자기 자신과 처절한 싸움을 하여 ‘완전한 무’(無)에 이를 수 있을 때 우리의 영혼은 ‘완전한 전부’(全部)이신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얻으려면 스스로 완전히 부서지고 버려져서 온전히 ‘무’(無)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냉정한 모습을 보이신 이유는 가나안 여인을 무시해서도, 그에게 관심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나안 여인의 믿음을 드러내 보여서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믿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믿음은 살아 있는 고백입니다. 정지된 ‘고정 관념’이나 ‘신념’ 같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힘, 알량한 지식, 자존심 등 자신을 드러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무’(無)가 되어 주님께 의탁하는 것입니다.

주인의 상에서 떨어진 빵 부스러기처럼 “주님, 저는 당신 앞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고 스스로 부서지고 없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전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