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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287번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노래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 성가 287번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노래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의 기운이 식으면서, 황금 들판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교회는 결실의 계절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정하고, 신앙의 결실에 관하여 성찰하기를 권고합니다. 또한 신앙의 선조들이 자신의 생명으로 증언한 신앙의 고결한 가치를 그리스도인들도 각자의 삶으로 살아가도록 독려합니다.

 

특별히 한국 천주교회는 9월 20일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정하여, 자생적으로 자라난 그리스도교 신앙이 순교로써 뿌리내린 우리 교회를 향한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찬란한 신앙의 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준 한국의 순교성인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가톨릭 성가 287번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노래”를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문근 신부님의 선율에 최민순 신부님의 시로 완성된 이 성가는 한국 천주교회 최초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을 서사적으로 그린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힘있고 점잖게’ 노래하라는 주문이 달려 있는 이 곡은 전형적인 4/4박자 성가로, 5절에 이르는 가사가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선율의 진행 역시, 5절까지 노래하면서 점진적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되는 특성을 가진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음역이 넓지 않고 한 박자, 한 박자 순조롭게 진행하는 단조로운 선율이기 때문에 함께 노래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노래할 때, 음표들을 하나하나 끊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어서 노래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번지 점프’라는 것이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는 점에서는 절벽 다이빙과 비슷하지만 더 높은 곳에서, 때로는 물이 없는 곳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는 것이 번지 점프입니다.

절벽 다이빙처럼 맨몸으로 물에 뛰어드는 것과 달리 생명줄을 묶기 때문에 더 안전할 수도 있지만, 막상 점프대에 올라선 사람 대부분은 점프대 아래에서 자신만만하게 뛰지 못하는 사람을 비웃던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점프대 위에서는 그저 “살아야겠다!”라는 본능만이 전부이고, 주변 상황은 2차적 대상이 됩니다. 아래에서 비웃던 사람이 위에서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번지 점프대에 오르는 것을 보면 꽤나 큰 매력이 있나봅니다. 그 매력이 어떤 사람은 ‘추락하는 순간’에 있다 하고, 어떤 사람은 ‘튕겨 오르는 순간’에 있다 합니다.

 

점프대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만이 ‘추락’의 깊이와 시간을 느낄 수 있고, ‘튕겨 올라’ 살았다는 순간이 주는 영원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체험을 위해서 뛰어내리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생명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포의 상황에서 생명줄에 대한 믿음마저 없다면 뛰어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며 왠지 번지 점프가 생각났습니다. 순교자들은 번지 점프처럼 추락의 공포와 다시 솟아오르는 기쁨을 모두 누린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우리 신앙생활도 번지 점프대 위에 서있는 사람처럼 솔직하고 진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단단히 묶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생명줄을 온전히 믿고 용감히 뛰어내릴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