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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237번 주 예수 어머니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 성가 237번 주 예수 어머니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푸른 하늘과 녹음(綠陰)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교회는 이처럼 ‘제일 좋은 시절’을 성모 성월로 정하고 성모님의 삶을 묵상하고 따르고자 노력합니다.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지극 정성으로 섬기며, 성 요셉과 함께 성가정을 이루신 성모님의 공덕을 묵상합니다. 또한,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침묵과 인내로 동참하셨던 성모님의 겸손을 닮고자 노력합니다.

 

성모님에게는 하느님의 어머니, 구세주의 어머니, 천상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녀, 바다의 별 등의 공경 가득한 호칭이 따라 붙습니다. 성 요셉과 함께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 수호성인으로서 우리를 위한 특별한 전구를 하느님께 드리시는 성모님의 삶을 묵상하고자 237번 “주 예수 어머니”를 이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이 성가는 A-A-B-A의 단순한 반복 진행을 가지고 있습니다. 멜로디의 단조로운 진행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진행에 따라 강약을 조절(mf-f-ff-mp)하며 노래하면 가사가 담고 있는 성모님의 생애를 잘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성모님의 모성과 자애를 강조하고자 성가 전체에 하나의 큰 이음줄이 있는 것처럼 지지부진하게 노래할 수도 있는데, 조금은 당당하게 끊어서 노래하는 것이 반복 진행이 주는 무미건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철저히 하느님의 ‘종’으로서 당신 자신을 봉헌하셨습니다. 세상을 향한 하느님 구원의 절정인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를 예고하는 가브리엘 천사 앞에서, 성모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아닌, 하느님의 뜻에서 유래하는 절박한 믿음을 고백하셨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겨운 아드님의 행적을 바라보며 성모님께서는 당신 마음속에 모든 신비를 품고서 예수 그리스도를 조용히 따르셨습니다.

 

죄인으로 단죄 받아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아드님과 함께 걸으시던 성모님께서는 흐르는 당신 눈물 뒤로 하느님의 사랑을 머금으셨습니다.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당신 품에 안긴 아드님을 어루만지며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감사하셨던 성모님의 모습을 묵상합니다. 당신 마음속에 간직하셨던 모든 신비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영광을 얻는 그 순간에도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 찬미의 기도를 봉헌하셨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절대적 순명에서 기인하는 성모님의 지극한 겸손을 묵상합니다. 당신 자신의 생각이 아닌, 하느님의 커다란 뜻을 인내로 기다리셨던 성모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고양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리스도인 역시,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세상의 모순에 대하여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청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에 “아! 하느님께서 그래서 우리에게 그토록 이해하기 어려운 십자가를 허락하셨구나!”라는 기쁨과 감사의 탄성을 외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철저히 ‘조연(助演)’으로서의 당신 삶을 봉헌하신 성모님의 겸손을 묵상합니다. 우리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신앙생활이 아닌,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신앙생활을 기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