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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280번 성 요셉 찬양하세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 성가 280번 성 요셉 찬양하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교회는 사순 시기를 지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합니다. 또한, 그분의 죽음 이면에 이미, 준비되어 있는 부활의 영광을 발견하며 희망을 고백합니다. 이처럼 비장하고도 엄숙한 시기에 성 요셉 성월을 맞이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성모님과 함께 성가정을 이루신 성 요셉의 공덕이 우리에게 용기를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다윗 가문의 후손인 성 요셉에게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순결한 배필,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양부’라는 영예스러운 호칭이 따라 붙습니다. 성모님과 함께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 수호성인으로서 우리를 굽어 살피시는 성 요셉의 삶을 묵상하고자 가톨릭 성가 280번 “성 요셉 찬양하세”를 이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이 성가는 A-B-B'의 진행을 가지고 있으며, 멜로디의 전개는 희망 가득한 느낌을 전합니다. 보통 바장조(F major)는 다른 조성보다 “서정성”과 “희망”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성가는 서정성과 희망을 함께 담아 노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역동적으로 희망의 느낌만을 강조한다면, 서정성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악보에 이음줄이 있다고 가정하여 끊어지지 않게 호흡에 주의하여 노래한다면, 서정성과 희망의 느낌을 함께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B부분에서 B'부분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래의 세기 조절을 달리하여 곡의 흐름을 살려주면 가사의 표현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 요셉은 성가정의 가장, 성모님의 수호자, 인류 구원의 협조자로서의 소명을 성실히 수행하셨습니다. 이처럼 성 요셉은 모든 사람 중에서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배필과 보호자로 하느님께 선택받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혼인하기 전에, 자신의 신부가 아기를 가진 사실에 대하여 성 요셉은 고민하며 괴로워합니다.

 

복음 말씀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마태오 1,19).” 당시 유다인의 율법대로 하자면 이렇게 마음먹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부인이 간음하면 원칙적으로 돌로 쳐 죽여 왔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마음씨 좋은 남편일 경우에나 이혼장을 써주고 남모르게 파혼하는 것이 당시의 합법적인 이혼 절차였습니다.

 

그러나 성 요셉은 이러한 합법적인 이혼 절차를 포기하고 남모르게 성모님과 헤어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서 성 요셉에게는 이미, 하느님의 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토대는 바로, 무엇보다 사람을 지키고 살리려는 마음입니다. 하느님의 법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 요셉은 이처럼 세상의 가치나 자신의 위신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사랑으로 하느님의 법을 완성하였습니다. 곧,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법을 따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우리는 사람을 살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죽이고 있습니까?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