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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56번 목자를 따라서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 성가 56번 목자를 따라서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착한 목자”이며, 우리는 그분의 양떼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서 안에서도 이러한 비유 말씀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모습은 이 세상의 가치와는 상반되는 천상의 가치를 알려줍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사랑에 함께 감사하고자 가톨릭 성가 56번 “목자를 따라서”를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마태오 복음서 18장 12~14절의 말씀을 선율에 담은 이 성가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뷔르템베르크(Wurttemberg) 태생의 존 준델(John Zundel, 1815~1882)의 곡입니다. 독일 태생이지만 미국 뉴욕에서 주로 활동한 그는 개신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작곡, 편곡 등의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하였으며, 교육자로 활동할 만큼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 성가는 A-B-A'-B'의 간단한 반복 진행곡이며, 멜로디가 한 옥타브를 넘지 않고 반복되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습니다. 다만, 6/8박자가 가지는 특유의 3박자 리듬감에 주의해서 노래해야 합니다. 성가 마지막 부분의 “~하렵니다.”라는 종지부는 경건하고 비장한 느낌보다는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주님께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간다는 의미에서 희망에 가득 찬 느낌으로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한 마리 잃은 양을 찾기 위해서 허허벌판에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남겨두고 산 넘고 물을 건너는 목자의 모습은 소위 이 세상의 합리적 가치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모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길 잃은 양 한 마리 때문에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들판에 그대로 내버려두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보잘것없는 한 사람이라도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커다란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공동체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 공동체에서 애먹이는 한 마리 양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남에게 상처 주고, 자기는 이해만 받으려는 철없는 양 말입니다. 그리고 그 양은 어느 단체에 들어가든지 늘 불협화음을 낼 것만 같습니다.

 

때때로 그 양이 성당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몹쓸 생각이 들 때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고민을 하느님께 말씀드리면,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는 것입니다. “내가 봐서는 지금 그런 기도를 바치고 있는 네가 바로, 나를 가장 애먹이는 한 마리 양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모른 척 한 기억이 있니?”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기에 누구는 잘났고 누구는 못나 보이겠지만,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는 우리 모두가 못난 사람입니다. 부모님은 자녀 중에 무언가 좀 부족하고 힘겨운 자녀에게 더욱 큰 애착을 가지고 애틋한 사랑을 주십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도 유난히 못나 보이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그토록 커다란 사랑을 주시는 모양입니다. 착한 목자 예수님 앞에서 우리 모두는 길 잃은 양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반드시 길 잃은 양을 찾아 당신 양떼로 데려가실 착한 목자가 있기에 우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