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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434번 산상 교훈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 성가 434번 산상 교훈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희망찬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그리스도인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성찰하는 의미에서 가톨릭 성가 434번 ‘산상 교훈’을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마태오 복음서 5장 1~12절(1월 30일, 연중 제4주일 복음)의 말씀을 선율에 담은 이 성가는 A-A’-B-B’의 간단한 반복으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따뜻한 선율에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누구라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성가로서 희망 가득한 동요의 감성마저 느껴집니다. 이처럼 밝은 느낌을 가진 이 성가는 너무 느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늘어지게 노래하면 “~이 됩니다.”, “~이 될 것입니다.”라는 희망적인 가사가 자칫 서글프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가 반주는 이 곡에 8분 음표 구성이 많기 때문에 화음을 이어서 연주하는 레가토(Legato)보다는 각각의 화음을 정박으로 연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분위기에서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씀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해결책 없는 단순한 푸념이 아닐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과 복음의 이 괴리감 속에서 어느 쪽에 우리 마음을 둘 것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직접 복음의 실현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의 행복 선언을 하신 다음, 손수 사람들로 하여금 그 행복을 체험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말씀으로만이 아니라 그 말씀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를 고쳐주셨고, 악령을 쫓아내셨고,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인 과부, 창녀, 어린 아이, 이방인들과 직접 만나서 그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이제 당신을 통해 시작된 하느님 나라는 더 이상 상상 속의 나라가 아니라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 이 땅에서 실현되었다는 것을 당신께서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모습을 증거하고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은 단순한 동정심이나 체면치레가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며, 그 노력을 통하여 그리스도인은 이미 이 땅에서 시작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하느님 나라의 주인으로 초대하신 예수님께 감사드리며, 그분의 복음을 전해들은 우리 그리스도인은 나 자신 하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도 그 복음과 기쁨을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노래하는 ‘산상 교훈’이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의 노래가 되어 각자의 삶을 변화시키기를 기도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