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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3.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마태오복음 23,1-12

 

 

이냐시오 성인은 사람들에게 피정 지도를 하려고 『영신 수련』이라는 책을 썼지요. 그 책에서 겸손의 ‘세 단계’를 설명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마지막 세 번째 단계에서는 ‘완전한 겸손’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완전한 겸손은 하느님께 존경과 영광을 드리고자 부귀보다는 가난을, 명예보다는 그리스도와 함께 업신여김당하기를, 세상 것에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으로 보이기보다는 그리스도처럼 천대받기를 바라고 선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곧 그리스도처럼 되는 것이 완전한 겸손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을 보면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이 얼마나 겸손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 그들은 가난보다는 세상의 부귀를, 업신여김당하기보다는 인사받고 존경받기를, 천대받기보다는 지혜롭고 현명한 스승으로 대우받기를 좋아했습니다.

 

집회서에서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사람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시고, 거만한 사람의 마음에는 ‘악의 잡초’가 뿌리를 내린다고 하였습니다(3,20.28 참조). 교회의 전통 가르침인 『준수성범』에서도 “겸손한 사람에게는 항상 평화가 있으나 교만한 자의 마음에는 분노와 질투심이 자주 일어난다.”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을 보면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늘 분노와 질투를 드러낸 이유를 금방 알게 됩니다. 분노와 질투의 뿌리가 바로 교만이라는 뜻입니다.

 

겸손(humilitas)의 어원은 ‘땅’(humus), 곧 ‘흙’과 같은 뜻입니다. 우리 존재는 아무리 잘난 척해 보아야 ‘흙덩이’이고, 아무리 지식이 많다 해도 하느님께서 숨결을 거두어 가시면 ‘흙의 먼지’로 흩어지고 말 존재라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인간은 ‘겸손’ 그 자체여야 합니다. 그러니 땅처럼 모든 이를 발아래서 받쳐 주고 품어 주는 큰마음의 사람, 하느님의 사랑을 호흡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겸손해지면 마음속 분노와 질투는 저절로 사라집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