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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회개합니다.' 하면,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3.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루카복음 17,1-6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용서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복음 곳곳에서 예수님께서 용서에 대해 수없이 말씀하시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서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움을 드러내시는 것이지요.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야 하는 공동체 삶에서는 ‘용서’가 늘 가장 큰 ‘화두’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용서를 하라고 가르치시는데 사도들은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 마치 제자들이 주님 말씀에 동문서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제자들은 용서하라는 말에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라고 엉뚱해 보이는 요청을 하는지요?

 

물론 복음의 편집 과정에서 주제가 다른 단락으로 넘어가는 까닭에 그렇기도 하지만,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가 사람을 용서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서하기 힘든 근본 이유는 사람에 대한 ‘겨자씨’만 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악인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안에는 반드시 ‘선한 씨앗’이 있고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습니다. 용서는 그 사람의 표면적인 태도와 모습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 안에 숨겨진 하늘 나라 겨자씨가 자라날 것을 ‘믿고’ 하는 것입니다.

 

용서는 이렇게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사람에 대한 근원적인 신뢰와 믿음이 용서의 시작입니다. 수없이 속고 또다시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기다리면, 사람들 내면의 선한 겨자씨를 발아시키고 자라게 하여 하늘 나라를 열어 줍니다. 자연의 씨앗이 움을 틔우고 자라는 데는 좋은 토양과 적당한 햇볕과 비와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 내면의 하늘 나라 겨자씨가 움트고 자라려면 얼마나 많은 우리의 믿음과 사랑, 인내와 배려가 필요할까요? 용서하기 어렵다면 무엇보다 먼저 주님께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