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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3.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마태오복음 25,1-13

 

 

정교회 신학자 에프도키모프는 그의 책 『영적 삶의 나이』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현대인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미래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멀리 달아나려고 합니다. 그의 정신은 시간을 죽이는 법을 개발하는 데 활용됩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지금 이 순간을 살지 않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공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추상적으로 환치된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며 영원성으로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영원성은 오로지 현재에 맞닿아 있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 현존하는 사람에게 그 영원성을 줍니다. 영원성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과 영원한 현재의 이미지 가운데 살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구엔 반 투안,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에서 재인용).

 

깨어 있음은 막연하게 미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매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일상의 순간순간을 봉헌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 신학자 칼 라너는 우리의 일상 안에 하느님의 ‘무언의 신비’가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일상의 사소한 일도 참으로 인간다운 삶의 본질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고, 영원한 ‘하느님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일을 하는 순간도, 가정에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순간도 하느님의 숨은 은총이 드러나고 우리 삶의 본질을 구현하는 시간입니다. 일상에서 싫지만 해야 하고, 피하고 싶지만 겪어야 하는 일들이 사실은 소중한 봉헌 행위이며 하느님의 현존과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슬기로운 처녀와 미련한 처녀의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슬기로운 처녀는 주어진 현재를 하느님의 시간으로 여기며,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사는 사람이지만, 미련한 처녀는 자신의 과거나 미래에만 매달려서 현재를 소모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오로지 현재만이 하느님의 영원성에 가 닿아 있습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